고양이별에 도착한 까망이를 생각하며
바람이 불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는 날이 지나니 제법 살만했다. 정말 기분 좋게 엄마와 산책을 나갔는데 집 앞 공원 화단을 지나며 나무 아래쪽을 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화단 아래 차가운 공기에 꽁꽁 얼어버린 하얀 눈더미 위로 매일 만나는 고양이 까망이가 굳은 채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까망이의 냄새에 끌려 엄마도 잊은 채 급하게 화단 아래로 뛰어 들어갔다.
"어머! 보리야 왜 그래?"
내가 갑자기 뛰는 바람에 그 힘에 못 이겨 엄마가 목줄을 놓칠 뻔했다. 엄마는 내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화단을 살펴보셨다.
"어떻게 해.. 까망아..."
차가운 까망이의 몸을 확인한 엄마는 울먹이셨다.
"불쌍해서 어떻게 해.. 얼마나 추웠을까..."
엄마는 연신 불쌍한 까망이를 되뇌셨다.
공원에 살고 있는 친구는 까망이만은 아니었다.
까망이의 형제들과 다른 친구들까지 여러 마리였다.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는 여기에 차갑게 누워있는 고양이가 까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한 마음에 '낑..낑..' 소리를 내며 까망이를 깨워 보려고 했지만 까망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토리와 나를 마주쳤을 때 야무지게 하악질을 하면서 발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아무런 말도 없으니 그런 까망이가 너무 낯설었다.
엄마는 우리 아파트에 살고 계신 캣맘 아주머니에게 까망이 이야기를 해드려야 한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평소 공원 고양이들을 살뜰하게 챙기시는 분이다.
다음날, 오후 산책 시간에 까망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주머니가 잘 보내주신 것 같다.
1년 전쯤 엄마와 아빠도 개천가에서 고양이별로 떠난 친구를 보내주신 일이 있다. 차갑게 굳은 갈색 고양이었는데 시청에 전화하니 그냥 종량제 봉투에 처리하라는 말을 듣고 많이 슬퍼하셨다.
아빠와 엄마는 그 갈색 고양이를 하얀색 한지로 몇 겹을 싸고 다시 천으로 두른 다음 두꺼운 비닐로 쌓아서 종량제 봉투에 조심히 담았다. 그동안 개천가에서 사느라 애썼다면서 분홍색 꽃도 함께 넣어주셨다.
아마 까망이도 그렇게 고양이 별로 갔을 것이다.
까망이는 나와 토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매일 만났던 까망이를 이제는 볼 수 없으니 슬프다.
토리에게 까망이 이야기를 전해주니 토리의 기분이 우울한 것 같다. 평소 까망이를 잘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까망이를 무서워하던 토리인데 생각지 못한 친구의 긴 여행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나는 토리의 눈과 얼굴을 핥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도 한동안 슬플 것 같다.
까망아!
내가 같이 놀고 싶어 해도 넌 다른 고양이 친구들에게만 관심을 보였었지. 우리가 많이 가까워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만나서 좋았어. 너무 추운 날 고양이별로 떠나게 되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하지만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강아지 별하고 고양이 별은 아주 가깝게 있거든.
우리 그때는 조금 더 사이좋게 지내보자.
그동안 추운 공원에서 지내느라 수고했어.
고양이 별에서는 항상 행복해!
매일 산책길에서 만났던 친구 보리와 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