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꽃 Feb 14. 2023

눈으로 욕하는 강아지

그렇다고 입으로 욕할 수는 없잖아요!

난 평소에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면서 사교적인 강아지다. 산책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이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적극적인 애교로 화답하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내 애교에 활짝 웃으며 '아! 너무 귀여워!'를 연발하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귀염둥이인 내가 엄마에게 야단맞을 때가 있다. 물론 '야단'까지 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어쨌든 싫은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화가 나있을 때이다.

토리는 삐치거나 화가 나면 폭신한 방석이 깔려있는 집으로 들어가지만 나는 우뚝 앉아서 가만히 쳐다본다.

사실 화가 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어쩌다 언니 때문에 서운할 때가 있다.


언니는 나와 토리를 너무너무 사랑해 준다.

아르바이트로 받은 돈으로 간식과 영양제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준다. 그래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언니는 내가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내 발바닥에 코를 박고 꼬순내를 맡거나, 하얗고 통통한 배에 막 뽀뽀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허겁지겁 뜨게 된다. 

가끔은 언니가 간식을 먹으면서 우리를 불러 놓고 혼자 다 먹어버릴 때도 있다. 그럴 거면 왜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주지도 않을 거면서...

그럴 때면 토리는 포기하고 돌아 누워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만 난 언니를 쏘아본다. 그 순간에는 언니가 너무 얄밉다.



"어라~ 보리 눈 뭐야?"

엄마가 말씀하신다.

"보리~ 눈 예쁘게 떠야지~"

화가 나는데 어떻게 눈을 예쁘게 뜰 수 있냐고요!

"보리야, 눈으로 욕하는 거야? 그러면 안 되지~~"

칫! 그럼 입으로 욕할 수는 없잖아요!

엄마도 아빠랑 싸울 때 화나면 도끼눈 되는데, 나만 안된다고 하신다.

이럴 때면 언니는...

"우리 보리는 화나도 귀여워~ 너무 예뻐~" 하면서 나를 안고 뽀뽀한다.

언니 바보!

혼자 누워서 모르는 척하는 토리도 바보다.

그래도 언니가 "미안해~" 하면서 안아주면 금방 눈이 샛별처럼 변하니까 난 눈으로 욕하는 강아지이지만, 착한 강아지기도 하다. 

어쨌든 내일부터 조금 더 예쁜 눈으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가, 까망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