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몸몸몸매 몸몸몸매~
난 내 몸매에 자신 있다.
푸들에게서 나오기 조금은 힘든 통통한 몸매.
동글동글한 내 몸이 나는 좋다.
어릴 때부터 떡~ 벌어진 어깨 때문에 운동으로 타이어 끄냐는 소리를 듣지만 난 신경 쓰지 않는다.
엄마와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왔는데 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아이, 예쁘다!" 하더니 이내 "살이 통통하네." 하신다.
엄마는 "간식은 잘 안 주고 사료만 주는데도 통통해요." 하셨다. 아주머니는 여자 강아지들은 중성화 수술을 한 경우 살이 찌기 쉽다면서 관리 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을 했다.
"사료 딱 요만큼만 줘요. 조금 먹어도 안 죽어~"
안 죽는다니...
나는 조금만 사료를 늦게 먹어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배가 아프다. 아주머니는 안 죽는다고 하지만 난 죽을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는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신 일이 있다. 통통해서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지방이 너무 많지 않은지 보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내 다리 네 개를 신중하고 자세하게 만져 보시기도 하고 따끔한 주삿바늘을 찔러 채혈도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 엄마는 많이 긴장하신 모습이었다.
선생님은 컴퓨터 화면으로 검사 결과를 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괜찮은데요. 다리 관절도 건강하고 지방의 양도 괜찮고 다 괜찮네요."
엄마는 믿기지 않는 듯 "정말요?"를 외치셨다.
아니, 왜 못 믿는 거야? 흥!
"그런데, 왜 이렇게 통통할까요? 사료만 먹는데."
선생님은 나를 보고 웃으시면서 " 사료를 좋아하는구나?" 하셨다.
네~ 전 사료를 사랑해요 선생님!
그날 선생님은 지금 적당한 양의 사료를 먹는 것 같으니 특별히 줄일 필요는 없다는 말과 함께 내 뒷다리 허벅지 근육이 짱짱하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난 통통하고 무거워도 잘 뛰어다닌다.
개천으로 산책 갈 때는 100미터 달리기도 빨리하고 돌다리도 깡충깡충 잘 넘어간다.
동네 뒷산으로 산책 갈 때는 나무 계단도 잘 올라가고 가파른 언덕길도 힘차게 올라간다.
행복한 강아지는 사료를 잘 먹는다.
나는 행복한 강아지다.
그러니까 사료만 먹어도 통통한 강아지다.
오늘은 엄마가 사료를 너무 조금만 주신 것 같다. 괜히 토리 밥그릇 주위를 맴돌았다. 혹시 토리가 사료를 남겼다면 큰 일이다. 왜냐면 먹는 걸 남기고 버리는 건 큰 잘못이니까 토리를 위해 내가 먹어줘야 한다.
"보리~ 토리거 넘보지 마!"
어느새 엄마가 '이놈!'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사랑.. 아니, 사료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요!
오늘도 나는 맛있게 사료를 먹는다.
다른 때와 똑같은 양을 주셨다고 하는데 의심스럽다.
사료가 부족하다는 눈빛을 보내는데, 엄마가 눈을 피하신다.
내일부터는 사료를 한 알씩 꼼꼼하게 세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