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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ing Doing Mar 01. 2016

쉽게 그려진 그림

단상(斷想: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2016.03.01

3월 1일은, 19년째 학생인 나에게 부끄럽지만 사실 삼일절 그 의미보다도 새 학기 전날이자 방학의 마지막으로, 미묘한 감정이 드는 날이다.

2년 반 전, 나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상하이 훙커우 공원을 방문했다. 아쉽게도 당시 공사 중이라 내부 출입이 불가능해,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돌아와서,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공원 외부에서나마 공원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다 문득, 한 나라의 역사에서 채 100년도 흐르지 않았는데 80여 년 전 내 나이 즈음의 윤봉길 의사가 조국의 해방을 위해 머나먼 타지에서 목숨을 건 거사를 실행했다면 2013년의 나는 그 똑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평화롭게 사진이나 찍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 20대의 그 고민들조차도 고작 몇십여 년 전 우리 또래였던 그들의 인생을 가불한 대가. 무언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보다 풍족한 삶을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감사함만을 강요하는 것을 나는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고, 여러모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삼일절 오늘, 삶을 바라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반성하게 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그림이 이렇게 쉽게 그려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젊음을, 인생을, 그리고 목숨을 희생하시고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를 물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마음이 비단 삼일절 하루에 그치지 않기를. 그리고 물려받은 '불로소득'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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