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지 않은 평범함#1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살아생전의 일로 후대에 빛나는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 참으로 멋있는 말 아닌가? 죽어서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를 위해 꼭 옛 위인처럼 엄청난 일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무슨 일을 하든 남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하다 보면 분명 이름을 남길 기회는 존재한다. 축구하면 지성팍(요즘은 SON) 피겨 하면 연아퀸, 또 최근 K-POP을 널리 알리고 있는 방탄소년단 등 자기 분야에서만 열심히 하면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기억되긴 어렵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1%만이라도 나를 기억해준다면 성공한 삶이었지 않을까. 물론 남들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실패한 삶은 당연히 아니다. 죽어 이름을 남기는 것은 성공한 삶이라고 부르는 기준 중 하나일 뿐.
그래서일까,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게 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 잘하고 싶었고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나태해지거나 지칠 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생각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다 그렇게 기억 속에 잊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서 그런지 성격 검사를 해보면 나는 ‘연예인’ 타입이라고 나온다. 언제나 돋보여야 하고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한 방법처럼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타인의 서랍에 꽂혀서 영원히 존재할 수도 있다. 또, 향기로 기억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22살 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10년 이상 똑같은 향수를 사용하고 있다. ‘루치아노 소프라니 우모’ 아직 살면서 나와 똑같은 향수를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향수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 처음 이 향수를 접한 건 22살, 호주에서였다. 로베르토 바조라는 축구선수가 모델을 하던 걸로 기억한다. 호주 백화점에서 우연히 시향을 하게 되었고 이 향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향수에 문외한이었던 내게도 매력적인 향이었고, 무엇보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그때부터 이 향수를 쓰게 되었다. 이 향수를 꾸준히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향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향을 맡은 거의 모든 사람이 향이 좋다며 향수 이름을 물어왔고 나는 이름을 말해주었다. 누구도 이 향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남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만으로도 난 이 향수를 계속해서 쓰고 싶었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야.’ 그러던 어느 날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 친구가 이 향수를 포기할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주었다. “오빠, 나 길 가는데 오빠 향기 나는 사람이 지나갔어.” 아, 이 얼마나 향긋한 말인가. 누군가가 나를 향으로 기억해준다! 물론 그 사람이 진짜 내가 쓰는 향수를 쓰는지, 비슷한 향이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다른 사람이 나를 향기로 기억해준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 난 이 향수를 평생 쓰기로 마음먹었다. 남들과 다른, 좋은 향이 나는 사람. 됐다. 이제, 죽으면 향기라도 하나 남기겠구나. 이 향수를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여전히 인터넷 직구를 통해서 꾸준히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향수의 향은 안 궁금해하셔도 된다. 나만 쓰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