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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똑같지 않은 평범함#2

by 오디너리과장

하고 싶은 건 다 해보자고 생각했던 나는 특별한 일도 해보고도 싶어졌다. 바로 ‘사교 파티 주최’.

2016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뒤늦게 친해진 친구 2명이 있었다. 대학 시절 땐 친구의 친구로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이에서 대학 동기 계 모임을 하게 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서로 성향이나 생각하는 것이 비슷해 그 동기들 사이에서 유독 친하게 지내며 여행도 다니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고 JMM이라는 별칭도 만들었다.(뜻은 나를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말해주겠다) 우리의 낮과 밤은 달랐다. 낮엔 같이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었다. 그냥 더운 여름날 갑자기 힐링하러 가자며 가까운 계곡에 발 담그고 책 읽고 오는 진짜 그런 건강한 낮을 보냈다. 그러나 밤은 달랐다, 우리의 밤은 길고 뜨거웠다. 낮에 커피 마시며 책 읽던 친구들이 밤이 되면 펍을 가서 테킬라를 마시며 춤을 췄다.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 술의 온도는 뜨거웠다. 술에 취한 듯 그렇게 몇 개월을 놀았다. 그렇게 대구 촌놈들이 이태원까지 올라가 제집처럼 열심히 놀았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술을 먹고 노는 데 무슨 목적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게 놀았다. 목적이 있으면 실망도 있기에, 우린 실망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즐겼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다고 했던가, 내일이 없을 것 같이 놀던 우리는 조금씩 질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이런 파티를 직접 열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내 의견을 말했고 역시나 똑같은 JMM이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게 우린 파티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생전 이런 일을 해본 적 없던 공돌이 3명이 주말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봤자 진도는 쉽게 나가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계획만 짜던 우리는 직접 부딪혀보자며 장소 섭외를 나섰다. 금요일 밤 7시를 통째로 빌려주는 대구 동성로 술집은 많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 이랬던가, 혹시나 하며 들어갔던 루프탑이 있는 술집에서 흔쾌히 장소를 빌려주었다. 심지어 사용료도 받지 않았다. 다만 매출만 일정 수준 이상만 올려달라는 조건이었다. 호탕한 사장님에게 매출은 걱정 말라며 우리 계획을 설명했고 우린 그렇게 장소를 섭외했다. 장소는 정말 완벽했다. 우리가 생각하던 그 파티를 위한 장소였다. 머리 위로는 구름이, 살갗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장소.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가장 막막하던 장소가 정해지니 나머진 일사천리로 계획하고 준비했다. 파티의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이며, 술 조달 방법, 사용할 음악, 스피커, 마이크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던 것은 파티 참가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남자 15명, 여자 15명, 총 30명의 손님을 초대하기로 했고, 공대생인 우리에게 남자는 문제가 아니었다.


파티를 준비하던 우리 공대생의 앞에 최대 난제가 나타났다. 바로 여자 사람… 남고, 공대 코스를 밟은 우리에게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은 낯선 단어였다. 남자 친구들에게 내용을 퍼트려 달라고 홍보하기 시작했고, 관심을 가지는 여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대구에서 이런 파티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렇게 건너 건너 친구들에게도 홍보를 부탁했고, 우여곡절 끝에 여자 사람 15명을 모았다. 사실 SNS로 홍보하면 더 쉽게 많은 사람을 모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파티 초기 목적이 우리 지인들 서로서로 알게 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인 위주로 구성하고 싶었다. 사실 SNS로 불특정 다수를 모아서 파티를 진행할 자신이 없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을지, 그런 사고의 위험은 최대한 제거하고 싶었다. 그렇게 파티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는 제발 비만 오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정말, 하필, 거짓말같이 그날만 비가 온다는 예보를 접했다. 우리는 초조했다. 비 온다고 천막을 칠 수도 없는 장소였다.


정말로 비가 내린다면 비를 맞으며 진행하거나 취소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영화 ‘어바웃 타임’이 생각났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야외 결혼식을 즐기는 사람들. 하지만 여긴 현실이다… 다른 대안이 없던 우리는 비가 오지 않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파티 이틀 전 일기 예보를 다시 확인해 보니 비가 오지만 오후 5시에 그친다는 것이다. 우린 일기 예보를 믿어보기로 했다. 파티 당일 해가 떴지만, 그 해는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엔 더 큰 걱정 구름이 생기고 있었다. 우린 파티 준비를 위해 오전부터 모였고 일기 예보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저 날 이후 우리나라 기상청을 신뢰한다. 오후 5시쯤 비는 기적같이 그쳤고 우리는 파티 장소 세팅에 들어갔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바를 만들고 빔프로젝터도 설치했다. 시작도 안 했지만 우린 들떴다. 파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은 다가왔고 손님들도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웰커밍 샴페인을 나눠주고 손님들이 대부분 도착한 7시에 우린 파티를 시작했다. 내가 진행을, 친구 1이 바를 지켰고, 친구 2가 DJ를 맡았다. 처음엔 살짝 어색해하던 게스트들은 술 한두 잔이 들어가니 자유롭게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처음이라 준비가 미숙했던 우리는 손님들을 챙기느라 그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3시간이 흘러 어느새 파티는 마무리가 되어갔고 게스트들도 하나, 둘 떠났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던 곳이 텅 비니 뭔가 공허해졌다. 비록 취한 사람들도 생겼고, 바를 지키던 친구마저 취해버렸지만 만족스러웠다.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일이 정말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뿌듯했다. 파티 뒤 정리할 생각에 피곤하고 막막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그렇게 큰 사고 없이 파티는 끝이 났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채워진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대견했다. ‘하고 싶은 일은 해보자’, 남들과 다르고 싶었던 나 자신의 다짐을 지켜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다. 사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며 평범함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낀다. 남들 버는 만큼, 사는 만큼, 먹는 만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매일 도전하고 발전하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평범함이 좋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자기 삶의 가치관과 주관대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 난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낄 때, 내 이름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면 행복하다. 남들과 다르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어떤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발전하며 오늘을 소중히 살 것이다. 그 생각의 끝엔 언제나 설렘이 있다. 죽어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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