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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란 사람은#1

by 오디너리과장

‘인생은 스토리 있는, 한 권의 책이다’라는 책이 있다. 서정현 작가님의 책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책 제목이 글을 쓰려던 나의 마음 깊이 와닿았다. 회사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그 책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책을 쓰겠어’라며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으로 치부하고 맘속 깊이 묻어 두었다. 그런데 불쑥불쑥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그 욕구가 나를 간지럽히곤 했다. 그렇게 책을 써보자고 생각만 1년을 했고, 무슨 말을 써야 하나 3개월 고민했고, 첫 문장을 쓰는 데 1개월이 걸렸다. 책을 써보자고 생각만 하던 나에게 저 책 제목이 답을 주었다. ‘그래, 내 인생의 스토리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겠구나.’ 대단한 인생은 아직 아니지만, 대단하지 않은 만큼, 평범한 만큼 다른 이들에게 공감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게 책은 내 인생을, 내용은 내 경험들로 채우기로 마음먹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의 경험을 하나의 단락으로 만들어 내가 겪은 사건, 그 속에서 느낀 점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이쯤에서 나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이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이기적이고 이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한층 마음이 여유로워지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여러분의 머릿속엔 지금 이건 무슨 헛소리인가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 시절, 공대생의 문학적 지식 함양을 위해 ‘이공계열 글쓰기’라는 필수 교양 과목이 있었다. 책 몇 권을 정해 읽게 하고 독후감을 쓰며, 책에 관해 토론하던, 굳어 있는 공대생의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자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나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접했다. 진화생물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책으로 유전자의 목적은 생존이며, 그 생존을 위해 이기성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사실 당시만 해도 책에 큰 관심이 없던 흔한 공대생이었기에 책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이 책은 내게 여러 가지 예시를 들며 사람과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이기심을 보여주며 모든 동물은 결국 이기를 위해 살아간다고 말해줬다. 저자가 전달하려는 말의 100%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책은 적어도 내게 있어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준 의미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그 이기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냐, 안주냐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거나 그렇지 않을 뿐.


예를 들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내리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불리는 부모의 자식 사랑. 나 또한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그 부모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다. 자식이 잘되면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행복하다. 하지만 자식이 불행하면 부모의 마음 또한 불행하다. 이런 불행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식이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하는 부모들도 있다. 공부하기 싫은 자식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삶을 대신 살아 주길 은근슬쩍 강요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모의 바람대로 삶을 살면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이 원하는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부모의 바람대로만 자란다면 자식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식이 부모들의 뜻대로 잘 따르고 살아 주길 바란다. 흔히 말하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부모들의 욕심이고, 그들의 이기심일 뿐이다. 이러한 부모의 사랑이 극단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이기심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든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부르는 부모의 사랑도 이러한데, 우리의 삶은 얼마나 이기로 차 있을까.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행복해하기 때문에? 아니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남으로써 내가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는다면 그 연애, 그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가, 여러분은 정말 이기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이 이기적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바로 돈을 버는 행위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사람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며 때로는 스트레스도 받아 가며 살아가는가. 여러분이 받는 그 스트레스보다 돈이 주는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돈이 주는 만족감보다 그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크다면 일을 그만둘 것이고, 반대라면 욕을 하면서도 계속 일을 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 같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당신 자신의 행복, 이기를 위한 것이다. 이제 여러분이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타인도 이기적일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구나, 이기적이구나,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평소 이해되지 않던 타인의 행동도 그 사람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저럴까,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이해가 안 되던 행동도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생각을 하면, ‘아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면 행복한가 보다.’ ‘나도 남들이 이해 안 되겠지만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 있지.’ 조금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첫 번째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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