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나란 사람은#2

by 오디너리과장

나는 이중적이다. 역시 모든 사람은 이중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예를 먼저 들어보겠다. 나는 집안과 밖의 행동이 다르다.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에게 대하는 것이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도 당연히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와 아닐 때가 다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읽다 보니 본인 얘기 같지 않은가? 물론 모든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솔직히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집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그대로 밖에서 남들 앞에서 할 수 있는가?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에게 똑같이 대하는가? 사랑하는 사람, 부모님과 그냥 옆에 지나가는 남에게 동일하게 대하는가? 급하게 화장실 들어갈 때와 여유 있게 화장실을 나올 때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는가. 여러분이 성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아마 이제 여러분도 스스로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수도 있겠다. 흔히 이중성을 나쁘게만 생각한다. 나 또한, 같은 사람에게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내 기분에 따라 너에게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대한다면 그건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행동이다. 내 기분에 따라 이중적인 것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이중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이중적임을 인정하면 또한, 마음이 편해진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 사람은 왜 사람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다른 것인가?’ ‘왜 상황마다 다른 것인가?’ ‘일관성이 없는 사람인가?’ 생각이 들 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여러분 또한, 상황마다, 사람마다, 일관성 없게 행동할 때가 있을 것이다. 본인 자신도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타인 또한 그렇다. 그걸 인지하고 인정하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모든 사람은 이중적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너를 남들과 다르게 대한다. 너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에 나는 너에게 이런 말과 행동을 한다. 이것이 나의 조금은 특별한 두 번째 삶의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주관은 ‘역지사지’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이 생각이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수많은 상황과 갈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어려움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각은 바로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은 타인의 이기성과 이중성에 대한 이해를 모두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내 삶의 많은 상황에서 이 사고를 접목하였다. 누군가를 사귐에 있어 이 사람은 어떤 것을 싫어하고 좋아할까의 고민을 가장 쉽게 해결해주는 기본이 바로 이 사고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내게 이렇게 행동하면 싫다, 좋다고 생각되는 그 대부분이 반대로도 작용한다. 또한, 저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하고 접근해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쉽게 이해된다. 이런 사고는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서 대부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쉽게 해결해준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에 따른 갈등들이 존재한다. 그 갈등들을 해결하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개념이 바로 ‘역지사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나는 취업을 준비할 때도 이 생각을 접목해 보다 쉽게 취업하게 되었다. 취업을 열심히 준비해본 공대생으로서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면접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을 얼마나 잘 봤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입사의 향방이 결정된다. 면접 준비에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성공적인 면접을 몇 차례 보았다. 면접에 웬 역지사지? 나는 내가 면접자가 아니라 면접관이라는 생각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면접자에게 어떤 것이 궁금하고, 어떤 역량을 보고 싶고,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까 생각했다. 면접자가 아니라 면접관이라고 생각하니 좀 더 많은 것이 보였다. 면접관이 뽑고 싶은 사람, 궁금해할 역량을 준비했고 어필하였다. ‘내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뽑아라’가 아닌 ‘너희가 뽑고 싶은 인재에 부합하는 것이 나다’라는 생각으로 임하니 성공률도 좋았다. 이런 생각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그 자체가 실제로 쉽지 않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것과 그냥 ‘잘 대하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차이는 바로 그 상대가 느끼는 마음이다. 이 사람이 ‘나를 배려하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구나’라는 마음을 느낄 때 상대는 비로소 마음을 연다. 비단 면접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이 ‘역지사지’의 개념이 중요하게 쓰인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느끼고 그 마음을 고마워한다. 모든 사람이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이 중요한 사고가 현재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기성과 이중성 그리고, 역지사지. 이 사고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살아감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 사고들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개념들과 같이 세상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 당연함의 근본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그것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연함에 대한 근본을 알게 해 주었고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 이 사고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이러한 사고들이 인생의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여러분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는 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