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말고 내 삶을 스크린샷 해보면 어떨까?
캡쳐하다. 난 올 한해를 더 많이 캡쳐하며 살고 싶다.
9시 전에 집을 나서며 가방에 사원증 목걸이가 잘 있나 뒤적거린다. 문득 아마 이순간이 그리워지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이런 마음이 문득!들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주 가끔이지만.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그저 현재 시기들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평생 바쁠 것 같고 평생 이 사람들하고만 일할 것 같고...
일부러 그렇게 생각한게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한 숨 푸욱 쉬며 아침 8시 햇살이 쪼아대는 그림자 사이 빛들이 눈부셔서 하늘을 한 번 봐줬는데 참 예뻤다. 아침에 절친에게 카톡이 와있다. 너 얼굴로 하루만 살아보고싶다는 우스꽝,진심반절의 칭찬이다. 피식 웃고 말지만, 고마운 칭찬이기도 하다.
나는 기운 없이 터벅터벅 걷는 오늘 하루가 누군가는 원하는 하루라는게, 조금 더 힘을 내야하는 막연한 책임감 같은 것이 있다.
여름이라, 습한 바람이 볼과 뺨을 흐르듯 지나갔다.
어제는 비가 왔고 10도쯤 내린 날씨에 다들 용기내어 긴바지도 오랜만에 입고 있다. 발리 부럽지 않은 야생초들과 40여년 오래된 초록 쇠 울타리. 늘 그렇듯 뒤돌아 들어가는 지하상가. 샀는데 벌레가 있던 꽃가게를 지나서 역으로 향한다. 오늘은 문 닫은 파리바게트, 그 앞에서 '아!..' 탄식하는 앳되보이는 청년이 다시 뒤돌아 간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피곤한 얼굴들보단 장엄한 표정의 사림들과 지하철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