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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에 흰 옷만 넣는 마음으로

만약이라는 가정과 영원할 것 같은 마음은 잊자

by 바둥


세탁기에 흰 옷들만을 우겨넣었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9도의 청량한 바람이 정수리까지 시원하게 훑고간다.

소파에 누워 오랜만에 조용히 천장을 구경한다.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 오토바이 소리가 울려퍼진다.

예전엔 싫었는데, 고립되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소음이 좋다.


나와 몸속 아가만 누워있다.

좁지않고 부딪히지 않고

아늑한 햇살이 메워낸 우리집


내 삶에 이제 침묵은 없으려나?

고요함을 사랑하는 나는 퍽 아쉬운 마음이 든다.

확률적으로 얼마나 많은 고요의 시간을 별 것도 아닌 것, (일례로 폰 같은걸로) 얼마나 많은 소비를 했었는지 찔림도 함께 온다.

그래도 금새 이러한 후회스러운 마음도 고무줄처럼 팽팽해졌다가도 팅 하고 돌아온다.



‘만약이란 없어’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마음은 잊어’

이 두 가지가 내 마음을 항상 다독이곤 한다.


영원히 침묵은 없을 것 같고,

영원히 이 회사를 다닐 것만 같고,

영원한 듯이 터털터덜 오늘을 감사하지 못한다면

다시 마음을 정돈한다. 흰 옷만 골라 정성스레 세탁기에 넣는 마음처럼.



아가가 내 배에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이제 그에게 내가 세상이 될 것이란 것.

우주라는 것

엄마라는 것...

그 숭고하고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일에 동참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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