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줌마의 무례한 질문에 대한 생각
엄마는 사회복지사다. 아무도 무시 못할 커리어를 쌓아온.
은퇴가 가까운 시점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oo님, 내년에 은퇴시죠?
제가 이번에 oo과(사회복지학과도 아니다.) 석사 졸업하잖아요~
대표되려면 뭐…
자격 같은 거가 더 필요한가요?’
얼마나 엄마 직업을 무시하면,
얼마나 아무나 사회복지사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회사라는 제도를 모르면,
사회복지학과 졸업도 아니고,
신입 뽑는 거에 대한 질문도 아니고,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하나요? 도 아니고,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골 때린다, 어처구니없다.
이런 문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적합하게 쓰이다니.
엄마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고 한다.
‘요즘은 누가 관둔다고 적합지 뽑아주고 그런 것도 못해~^^
그리고 사회복지사 최소 10년 경력은 되어야 지원도 가능하고~’
‘아 그래요? 제가 그럼 사회복지사도 좀 겸하고 있을 걸 그랬나 봐요~’
하면서 아쉬워하면서 떠났다고 한다.
끝까지 무례하고 무식해서 웃음이 났다.
하…. 회사 안 다녀봤구나. 그리고 본인 말투처럼 생각도 한없이 가볍구나…
아니 사회복지사 1명 뽑는데 100명 지원하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신입으로도 안 뽑는데…
-
사회복지사는 1년 내내 매우 바쁘게 행정 시스템-실제 프로그램이 돌아가며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감사 시스템이 철저하기 때문에 PT, 엑셀, 기획 능력도 요구된다.
엄마는 특히나 대표이기 때문에 몇십 개씩 쌓인 서류를 보고 결재해야 하고
하루에도 밀려오는 서류결재 때문에 직원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직원들은 몇 개월 간 1개 서류를 올리는데 엄마는 하루에도 몇 개씩 봐야 하니까.
여러 행사에서 개회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와중에 직원 몇십 명을 케어하고 피드백도 줘야 하고 당연히 실제 행사 또한 필참이다.
-
엄마는 무식한 질문을 듣고 그때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오랫동안 대표를 해왔던걸 보면서 그냥 아무나 하는 것처럼 보였구나~’
마음이 상했다기보다 웃겼다고 하지만, 사회에 공헌하는 귀중하고 존경받을 일이 알량하게 무시 당할 일인가.
혹시나 엄마가 매번 겪어왔던 일은 아닐까 짜증 날 뿐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게 처음으로 싫었다.
무식하면 용감하기 전에,
네이버에 검색이라도 해보기를
함부로 다른 직업을 생각하고, 특히나 아무런 노력 없이 내가 꿰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저렴한 질문을 한 아줌마의 짧은 생각과
그걸 품위 있게 대답해 주는 엄마가 상반되어 보였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은사님은 호텔 내 스파를 창업하셨을 때
어떤 아줌마가 그랬다고 한다.
무시하는 말투로 ‘어디 목욕탕 열었다면서요? 이제 oo일 안 해요?’
웃으며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제발 무식하게 어떤 것도 폄하하지 말고, 재단하기 전에
쪼금이라도 알아보던지 능동적으로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