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예민한 걸까

오늘의 글쓰기 챌린지 8(오글챌)

by 제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예민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직장 생활을 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너 예민하다' 소리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어쩌면 이 말이 무례한 걸 아니까 주변에서 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소리를 자주 듣던 곳은 대부분 집 안, 가족에게서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이라 나의 뾰족한 가시를 마구마구 드러냈던 걸까. 밖에선 잘만 거르면서 집에만 오면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아진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온몸에 예민 폭탄이 장착된 것처럼 어느날엔 많은 것들에 터져버린다. 자주 만나지 않는 친구들, 동료에겐 잘만 감추는데, 왜 집에서는 가족에게는 여과 없이 드러나는 건지.


그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은 내 오만이고 욕심이겠지. 그래, 모든 걸 통제할 수 없다. 이 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하나뿐이다. 나를 제외한 것들에 대해서, 내가 바꾸기 힘든 것에 대해선 마음을 놓아야 한다. 말 한마디를 얻는 것도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이야기를 꺼내면 나만 불편한 게 아니게 된다. 불편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 그래서 가족과는 거리가, 아니 누가 되었든 일정 부분 거리 두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좋게 생각해~', '그냥 흘러들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왜 난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고 좋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 그땐 그런 반발심이 들진 않았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어도 그런 말에 내가 뭘 어쩌겠나 싶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난 왜 저런 방법으로 통제나 세뇌를 당했던 걸까? 왜 그런 말을 듣는 나를 위해 나서주는 어른은 없었나. 물론 있었겠지, 우스개 소리라며 웃음으로, 농담으로 받으며 넘기는 여유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좋게 좋게 넘겼던 기억뿐, 누구 하나 그 말에 대해 정색하거나 트집 잡지는 않았다. 그놈의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였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였겠지.


무례하게 생각되는 말들에 대해 예전처럼 마냥 웃어넘기지만은 않게 되었다. 좋다 나쁘다고 설명할 순 없지만, 불쾌한 기분이 더 잘 드는 걸 보면 좋다곤 할 수 없는 것 같다.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 살가운 자식은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트러블은 없다. 그저 속으로 하는 생각일 뿐, 그리고 그걸 표출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닐 것이기에 글을 쓰며 생각한다. 표출을 해도 나보다 곱절은 오래 산 그를 바꿀 순 없으니 그것도 나의 욕심. 어느 정도는 흘려듣고, 흐린 눈을 하고, 아니면 거리를 두는 것만이 정답일까. 종일 함께하는 일상도 아닌데, 접촉하는 시간도 짧은데 사랑하고 존경만 해도 모자를 시간에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오니 속상하다. '말'의 힘이 중요한 걸 많이 느낀다. 나쁜 말을 들으면 좋은 말이 나갈 수가 없다. 내가 성인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내 예민함을 꾹꾹 눌러 담는 것 그게 정답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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