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gwood's Portland Vase 웨지우드 포틀랜드 바스
스톡-온-트렌트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밖에 보이는 동상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동상은 웨지우드 공장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로 웨지우드의 창립자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동상이다. 자세히 보면 무엇을 들고 있는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포틀랜드 바스(Portland Vase) 도자기이다.
포틀랜드 바스는 지금의 웨지우드 브랜드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무려 로마시대(AD 1 –AD25)에 카메오 유리로 만들어진 포틀랜드 바스는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1810년부터 전시되어 있는 유명한 화병으로, 바베르니 바스(BarberiniVas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 소유자였던 포틀랜드 튜크(The Dukes of Portland)의 이름을 따서 포틀랜드 바스라고 불렸다.
처음에 이 화병은 16세기 후반에 로마 근처의 알렉산더 세베루스 (Emperor Alexander Severus) 왕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이탈리안 바베리니스(Barberinis) 패밀리가 사들였고 또 다른 소유주들을 거쳐 18세기에 웨지우드가 자스퍼(Jasper)로 만들기 위해 잠시 빌리는 형식으로 대관되었다.
웨지우드가 들고 있던 화병이자 웨지우드의 일등공신은 바로 유리를 따라 만든 도자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복제품이 아니었다.
유리 vs 도자기
이미지 출처- The British Museum
이 꽃병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1세기에, 그것도 유리로 만들어진 병이라고 하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이 바로 18세기에 웨지우드에 인상에 깊이 박혀 도자기로 재해석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바다와 같은 깊은 색감이 있고, 그 표면에 장식된 하얀 부조는 투명하면서도 상아로 만든 재질처럼 느껴진다. 부조의 깊이에 따라서 바탕이 되는 짙은 검은색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유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누가 보아도 그리스 로마 신화, 신고전주의의 단어와 딱 맞는 그러한 기품을 지닌 유리병이다. 유리병이지만 차가운 느낌 보단 따뜻한 느낌이 더 도는 이러한 작품이 과연 도자기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는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내가 잠시 그 시대의 웨지우드가 되어서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실패의 연속
지금의 기술로도 이 유리병을 도자기로 구현하려고 하면 엄청 어려운 일일 텐데 200년 전은 어떠했을까?
필자가 느끼기에는 사실상 웨지우드 이후로 산업도자의 혁명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웬만한 기술들은 웨지우드가 이미 기초를 다 완성해 놓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도자기 신기술을 많이 발명했던 도자기 천재 웨지우드는 달랐다. 조사이어 웨지우드, 그의 아들 조사이어 2세, 다른 아티스트들 그리고 공장 내 모델러가 4년 동안 매달려서 자스퍼 (Jasper) 도자기로 만드는 시도와 실험을 계속했다.
계속되는 실패 속에 웨지우드는 이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웨지우드 박물관에 가면 그 당시 시도했던 실패작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가마의 온도가 높아서 보글보글 흙이 끓은 흔적, 하얀색 자스퍼 흙과 검은색 흙이 서로 붙지 않고 계속 떨어지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사진 참조)
이런 고생 끝에 1789년 9월 드디어 첫 번째 에디션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색과 분리현상 때문에 걱정하기까지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
그동안 도예가로 활동한 필자의 경험에서 본다면 이러한 실험 속에서 생기는 좌절감은 정말 클 것이다.
지금 보아도 포틀랜드 바스를 도자기로 만드는 노력은 많은 화학자, 공학자들이 함께 실험해야 할 큰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좌절을 딛고 계속 실험을 하고 다시 고치고 또 실험을 하는 수년의 세월은 단순히 열정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도자기, 불, 안료, 재료에 대한 엄청난 지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웨지우드 백 스탬프를 살펴보면 심플하지만 포틀랜드 바스의 형태가 웨지우드 이니셜 W와 교묘하게 섞여있다. 포틀랜드 바스는 웨지우드의 상품 중 하나가 아니라 이미 웨지우드를 대표하고 있는 심벌이다.
물론, 이 포틀랜드 바스는 대단한 히트를 쳤다.
필자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많은 도자기 영국 공장들이 그러하듯이 생산비의 이유로 이미 공장 대부분이 제3 국으로 옮겨갔다. 프리스티지(Prestige) 라인이라 불리는 자스퍼 웨어는 여전히 물레를 손으로 돌려 예전에 만들었던 그 방법대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복잡한 핸드 메이드 제품들은 영국 공장에 남아 있지만, 자동화가 가능한 제품들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박물관과 방문 센터를 가지고 있어서 자국의 방문객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의 웨지우드 사랑은 남달라서 일본을 위한 디자인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웨지우드 에스테이트가 설립되어서 최신식 건물을 공장 위에 세우 두고 방문객 공장 투어를 가능하게 만들어놓았다. 최신식 건물 설립 이전이 공장 안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또 예전처럼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어있어서 아쉬운 면도 있다.
여담으로, 필자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40년 이상 공장에서 일한 예술가들이 많이 만났는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그 열정과 실력에 깜짝 놀랐다. 특별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수프 리그(릴리프라고도 함) 붙이는 곳에 가서 배워볼 기회가 있었는데,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재스퍼 샘플들이 인상 깊었다. 석고 틀처럼 생긴 하얀 틀(흙으로 만들어 구워낸 초벌에 가까운 재료라고 함)에서 모양을 찍어내어서 색소 지위에 붙이는 단계를 배웠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웨지우드 박물관 및 공장 방문하기
스톡-온-트렌트 역에서 내리면 길 건너편에 X1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웨지우드까지 한 번에 바로 간다. (자세한 시간표는 first group bus참조)
내리는 정류장은 웨지우드라고 쓰여있지 않으니, 꼭 버스 기사님에서 웨지우드에서 내려달라고 이야기할 것.
정류장 표식 도제대로 없는 시골길에서 내려 10분 정도 더 걸어서 간다.
지금은 문이 닫힌 웨지우드 역을 지나 운하 도보이고 한가롭게 길을 걷다 보면 웨지우드 표시판이 보인다. 박물관과 공장 투어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끝나니 꼭 홈페이지를 참고해서 시간을 미리 보고 가는 것이 좋다.
대체로 영국 공장이나 박물관은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인 곳이 많다. 토요일도 닫는 곳이 많으니 미리 체크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 미리 예약을 해야지 들어갈 수 있는 곳도 많으니 확인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장과 박물관이 붙어있어서 먼저 공장 투어를 통해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웨지우드 방문센터와 박물관 옆에는 팩토리 샵이 있지만 더 많은 제품을 보려면 세컨핸드 그릇들을 파는 로열 덜튼 팩토리 아웃렛 (Royal Doulton Factory Outlet)을 추천한다. 웨지우드, 로열덜튼, 로열 민튼, 유리제품 워터포드까지 아름다운 영국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웨지우드 방문 센터: www.wedgwoodvisitorcentre.com
웨지우드 박물관: www.wedgwoodmuseum.org.uk
웨지우드 공식 홈페이지: www.wedgwood.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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