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전달하는 시대에서, 질문을 이끌어내는 시대로
“학생들이 문제인가요? 교수들이 수업을 너무 못해요. 그 방식으론 AI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어느 국립대 총장이 회의 말미에 터뜨린 이 말은, 단지 감정의 분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된 수업방식에 대한 자각이자, 변화의 필요성을 선언하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학생들은 더 이상 교수의 칠판만 바라보며 필기하지 않는다. 녹음은 스마트폰이, 필기는 요약 앱이, 발표자료는 챗GPT가 만들어준다. 질문은 강의실이 아니라 검색창과 AI 챗봇에 던져진다. 이 변화에 대해 많은 교수들은 불편함을 표한다. “리포트를 AI가 썼다”, “요약본만 보고 수업을 듣는다”는 말에, 교수는 ‘부정행위’라며 강한 페널티를 예고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 위협이 실효성도 없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다는 데 있다. 이미 교육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이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교수법’이 변화하지 못한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한국 대학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Minerva University)이다. 미네르바에는 전통적인 강의실이 없다. 교수는 강단에 서지 않고, 모든 수업은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하버드보다 입학이 어렵고, 세계 유수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인재를 배출한다. 이들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을 훈련시킨다.”
모든 수업은 실시간 영상 플랫폼 ‘포럼(Forum)’을 통해 진행된다. 학생들은 토론 중심의 수업에 참여하며, 말하지 않으면 출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교수는 강의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고, 사고의 흐름을 설계할 뿐이다. 학생들의 발언은 실시간으로 추적되며, 정답이 아니라 사유의 깊이, 반론의 질, 논리의 설득력이 평가 기준이 된다. 교수는 강의 준비보다 ‘수업 디자인’과 ‘개별 피드백’에 집중한다.
교과과정은 단순한 전공 이수나 학점 취득이 아니다. 학생들은 글로벌 도시를 순회하며 실제 사회 현장에서 문제를 탐색하고, 이를 팀 프로젝트로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학문과 기술, 문화와 정치가 통합적으로 연결되며, ‘문제 해결형 학습’이 일상화된다.
이런 미네르바의 학습 방식은 AI 시대에 특히 유효하다. 학생들은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 협업과 토론 속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힘, 그리고 실행과 성찰을 반복하는 역량을 체득한다. 그 결과, 미네르바 출신 학생들은 하버드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입사율’이 높다. 문제를 이해하고 구조화하며, 팀과 협업해 실행하고, 결과를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는 인간. 그것이 지금 기업이 원하는 인재다.
미네르바는 일부 엘리트만을 위한 교육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방식은 고비용 캠퍼스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술을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 교육 혁신 모델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철저하게 재설계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대학은 변곡점에 서 있다.
학생 수는 줄고, 학과별 경쟁력은 약화되고, 글로벌 인재 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시험을 보고, 졸업장을 주는 것으로는 더 이상 대학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제 대학은 ‘질문하는 인간’을 키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질문하게 하고, 서로 묻게 하고, AI와 협력하게 하고, 피드백을 반복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를 이끄는 안내자로 거듭나야 한다.
총장이 바꿔야 한다.
이것은 몇몇 교수의 자발성에 맡겨둘 수 없는 일이다. 커리큘럼 혁신, 교수법 전환, AI 활용 기반의 학습 플랫폼 설계, 그리고 교수 역량 재교육까지, 대학 전체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
AI 시대, 대학은 학생들이 사유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며, 스스로 배우게 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질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