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사람은 생각을 먼저 바꾼다
“이제 와서 묻고 싶습니다. 학교는 왜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그는 모범생이었다. 학점도 좋았고, 스펙도 모자람이 없었다. 교수님들의 칭찬을 밥처럼 들었고, 누구보다 성실히 대학 생활을 해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날, 부모님의 눈가가 붉어졌고, 그는 처음으로 “이제 어른이 되었다”라고 느꼈다.
그러나 입사 첫 주, 첫 회의, 첫 실무에서 그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고, 회의 중에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엑셀은 익숙했지만, 숫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생소했다. 누군가 던진 질문,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하죠?”에 답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그날 밤,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건… 그냥 정답 찾기 게임이었구나.”
많은 주니어들이 회사에 들어오며 겪는 첫 번째 충격은 ‘지식의 무력감’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기업의 언어, 고객의 맥락, 조직의 시간 속도와 맞지 않는다. 스스로 유능하다고 믿었던 자신감이 도리어 상처가 되고, 반복되는 피드백은 능력의 부정처럼 들린다.
실제로 한 대기업 HR 담당자는 말했다.
“요즘 주니어들은 똑똑하고 빠릅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주어진 걸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아니라, 자기 일을 자기 언어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관점의 변화’다.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숫자는 누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들 속에서 주니어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
단순히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거기서 기회를 찾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다. 잘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배우려는 태도, 방어가 아니라 성찰, 반응이 아니라 질문이 살아남는 주니어의 조건이다.
실제로 이런 전환점을 통과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시 정의했다. 한 스타트업 PM은 입사 3개월 후 스스로 적은 일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처음엔 내가 유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유능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무섭지 않다.”
그는 결국 팀 내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다. 조직은 ‘모든 걸 아는 신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지를 인식하고 배우려는 사람을 기다린다. 변화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탈리스트 벤 호로위츠는 젊은 시절, 넷스케이프의 몰락과 AOL의 합병 과정을 모두 견뎌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건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역시 젊은 시절 문맹에 가까웠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리더십과 철학을 쌓아간 인물이다. 그들은 모두 환경이 아니라 태도로 생존한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왜 그들은 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우지 못했는가?” 여기서 우리는 교육의 문제로 넘어간다.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가?
다음 장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현재 대학 교육 간의 간극을 살펴보고, 그 해법으로서 미네르바 스쿨을 포함한 혁신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주니어의 각성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흐름, 이제 그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