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기업은 왜 여전히 주니어를 뽑아야 하는가

AI가 아무리 유능해도,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by 도진

“도대체 왜 우리가 신입을 뽑아야 하는 거죠? 일도 바로 못하고, 선배들은 가르칠 여유도 없고… 요즘은 AI도 이만큼 하는데 말이죠.”


얼마 전, 한 기업의 전략실장이 신입 채용을 앞두고 회의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는 스스로도 젊은 시절, 좋은 선배들을 만나 성장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좋은 선배’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인사부는 채용 일정을 독촉하고, 실무진은 “신입이면 또 누가 가르치냐”며 손사래를 친다.
AI 도구가 이만큼 발전했는데 굳이 ‘모르는 사람’을 채용해 ‘모르는 일을 가르치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하냐는 것이다.


이 고민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최근 로펌, 컨설팅펌, 금융권, IT 스타트업 등지에서 신입 채용 축소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AI는 정확하고 빠르며, 채용비도, 육성비도 들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가 선호되는 시대.
그렇다면 정말, 신입은 불필요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AI는 빠르다. 하지만 ‘새로운 질문’은 인간만이 한다

AI는 분석한다. 예측한다. 요약하고, 정리하고, 패턴을 찾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못한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일.

조직이 신입을 뽑는 이유는 단지 일을 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의 관점에서 조직의 언어와 문화, 업무와 맥락을 배우며, ‘사유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잠재자다.
지금은 생산성이 낮고, 생각이 얕고, 말수가 적을지라도, 기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존재다.


신입을 뽑는다는 건, 단지 사람 한 명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사고력의 씨앗을 조직 안에 심는 일이다.
그 씨앗은 당장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직의 사고 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일까지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단기 성과 중심의 조직은 신입을 버린다

하지만 지금 기업은 점점 더 육성을 회피하고 있다.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리더는 가르치는 비용을 아깝게 여긴다.
“이미 잘하는 사람” “즉시 전력감”만 선호하고, 신입은 리스크로 간주한다.


게다가 기업 내부는 교육 기능의 실종 상태다.
OJT는 형식적이고, 실무자는 바쁘고, 관리자들은 육성에 대한 동기나 역량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신입은 ‘내가 이 조직에서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조기 퇴사하거나, ‘시킨 일만 잘하자’는 태도로 소극적이 된다.
이런 신입을 보고 또다시 “요즘 애들은…”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채용 자체를 줄인다.
결국 조직은 점점 더 ‘고인 물’이 되어간다.



선배 없는 조직, 질문 없는 회의, 피드백 없는 보고서

기업은 때때로 이런 풍경을 마주한다.
회의는 빠르고 매끄럽지만, 질문은 없다.
보고서는 깔끔하지만, 논리의 뿌리가 없다.
피드백을 줘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 비슷하고, 변화에 대한 반응은 피상적이다.


그건 조직이 신입을 뽑지 않아서가 아니라,
신입을 키우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입을 줄이면 생산성이 오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의 순환이 멈추고, 창의의 자원이 고갈된다.



육성이란,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신입을 뽑는 일은 단지 도덕적 행위나 사회적 책임의 실현이 아니다.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조직은 유능한 주니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기성세대가 낯설어하는 문화나 언어를 해석하며,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사고의 촉진제를 얻게 된다.

또한, 선배와 신입의 공존은 조직이 세대 간 지식이 이전되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즉, 신입이 자라야만 선배도 ‘이해받는 리더’로 성숙할 수 있고, 조직도 ‘학습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놀랍게도 지금처럼 AI 도구가 강력해진 시대야말로,
신입을 ‘더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시기다.

AI는 신입의 생산성을 높이고, 실수의 리스크를 줄이고, 정보 탐색의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선배는 반복적인 설명 대신, ‘왜 그런지’를 묻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지’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즉, AI가 ‘일’을 돕고, 사람은 ‘사고’를 돕는 관계가 정착되면,
오히려 신입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빠르게 성숙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걸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그렇다면 이 시대의 신입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AI와 함께 일하면서도, 기계에 밀리지 않는 인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제5장. 주니어, 변해야 산다
다음 장에서는 ‘정답’보다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
질문, 사유, 성찰이라는 인간의 고유 역량이 어떻게 다시 중요해지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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