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다, 문득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흉측하다'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높다랗고 거칠거칠한 돌계단으로 뛰쳐내려가, 그만 확 고꾸라지고만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그런 충동을 일단은 억누르고서, 좀 더 찬찬히 그리고 물끄러미 거울을 응시했다. '이건 대체 무슨 얼굴일까'하고. 그러자, 금새 스파크가 일며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이건 분명 예술가의 얼굴이다!' 하고. '그렇게 쓰일 얼굴이라면, 그럭저럭 봐줄만한 가면인걸.' 이렇게 생각하고는, 손에 남아 있는 물기를 거울에다 힘껏 튀겨버렸다. 그러자, 금세 투명했던거울은 온통 물방울로 일그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