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이 제법 늘었다.
삐뚤빼뚤, 처음엔 파 한 단 써는 것도 버거웠다.
도마 위에서 파는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칼끝은 썰기를 주저했다.
지금은 대충 파를 잡고도 리듬 있게 썰어낸다.
톡톡톡, 나무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어느새 우리 집 저녁 준비를 알리고 있다.
반찬 걱정에, 장보기, 남은 재료 처리까지.
저녁 밥상 하나도 그냥 차려지지 않는다.
시간과 고민, 그리고 정성이 들어간다.
어색했던 주부 생활은 이제 오래된 얘기 같다.
건조기에서 뺀 옷들을 능숙하게 갠다.
유튜브 구독 목록은 요리 채널로 가득하고,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는 그릇과
아닌 그릇도 한눈에 구분한다.
반찬통을 하나둘 연다.
김치, 감자채볶음, 진미채, 장조림을
접시에 정갈하게 담고 도시락김 하나를 뜯는다.
순두부찌개를 받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얹는다.
두근두근.
“맛있네.”
아내의 한마디에 내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