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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고다히 Oct 21. 2021

기호 5번.

나는 고등학교 입학식, 부모님과 함께 폴더폰을 사러 갔고 

그리고 3년 후, 대학교 입학식 땐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무선청소기, 스타일러 , 건조기 등 지금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계들이 흔치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저 기계들이 없으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뿐더러 '남들도 하나쯤 갖고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집집마다 구비해두곤 한다.




이 같은 기계들로 인해 나를 비롯해 대다수 젊은 사람들은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말하지만 우리 집 파파존스와 맘스터치는 오히려 따라가기가 버겁고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중 우리 파파존스는 맘스터치에 비하면 기계를 다루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맘스터치의 경우 "나 못해, 이거 해줘"라고 한다면 파파존스는 "이거 어떻게 한다냐, 이렇게 하는데 안된다"라고 시도 끝에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그런 우리 파파존스에게 얼마 전 정수기가 새로 생겼다. 

매번 생수를 사다 먹은 우리 집은 생수값보다 정수기 렌탈 값이 더 저렴하다는 판단 끝에 구입을 하게 되었다.




정수기는 요즘 시대에 걸맞게 터치형으로 되어있었고 설치하시는 분의 설명을 옆에서 들은 파파존스는 

퇴근 후 집에 차례로 들어오는 우리를 향해 "정수기 설치했어, 내가 방법 알려줄까?" 라며 먹지도 않을 물을 구성원 숫자에 맞춰 차례로 4번을 내렸다.  

사실 파파존스는 정수기 구입을 반대했는데 막상 정수기가 오자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 웃음이 났다.




파파존스는 과거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 성장환경이 좋지 않았고 일찍이 공무원의 길로 들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딸 셋을 낳았고 그 딸들을 무사히 대학까지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은 필요치 않은 돈이라 생각했고 그 흔한 취미생활도 가져보지 못한 채 환갑을 맞이했다.




파파존스의 평소 스타일은 직장에서 보급받은 잠바와 신발 그리고 장갑으로 완성되었고, 백화점은 누가 사주지 않는 한 자기돈으로는 사 입지 않는 나와는 먼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싶었다.




그런 파파존스가 얼마 전 취미생활로 운동을 시작했고 그런 그를 지지해 주고 싶어 이것저것 물품들을 구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운양과 함께 돈을 모아 운동화, 가방 등을 사주었고, 

그 여파로 그 달의 생활은 자린고비같이 보내야만 했지만 기분은 끝내주게 뿌듯했다.





물품을 구비해준 우리를 뿌듯하게 해 주려는 건지 파파존스는 오늘도 운동을 하러 새벽에 나갔다.




그리고 운양과 나의 출근길 오전 8시 35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파파존스가 사거리 앞, 집 앞 카페 등에 서서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펴고 마치 기호 5번 선거유세를 하듯 손을 흔들고 서있는다.




그런 그에게 나는 웃으며 "안녕"하고 말소리를 내본다. 안 보이고 안 들려도 크고 힘차게 손도 흔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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