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멀어진 직장을 위해 고심 끝에 사비를 털어 중형차 한 대를 구입하였다.
차가 없던 시절엔 꾸역꾸역 버스를 타고 직장에 출근하다 "에이 오늘은 기분이다"하고
택시를 타길 일주일에 3번 이상.
그러한 현상이 지속되니 택시비가 감당할 수준 이상을 넘어버렸다.
새 차를 사기엔 부족한 돈이었고 중고차를 사기엔 적당한 수준의 재산이 있었다.
그 전재산을 털어 일명 "아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나만의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운전연수가 필요했다.
운전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은 수강료가 3시간에 10만 원이었고, 최소 5번 이상은 연수가 필요해 보였던 나는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소개를 받아 연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운전연수 당일.
"연수가 필요 없으신대요? 너무 잘하세요. 이런 분 처음이에요" 와같은 몸 둘 바 모르는 소리에 연수를 최소한으로 줄여 3일 안에 끝을 보게 되었다.
이제 연수는 끝이 났으니 직접 내차를 끌고 가는 일만 남아있었다.
전날부터 조수석에 아무도 없이 운전할 걱정에 밤잠 이루지 못한 채 아침 아홉 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남들보다 출근시간이 늦어 지하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었고 무사히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속 30km로 달려 나갔다.
연수시간에 몇 번 오고 가는 연습을 했던 터라 별 특이사항 없이 도착하여
주차까지 완벽하게 하고 직장에 도착해
"저 오늘 차 끌고 왔어요. 제 차 타보실 분!"
하고 자랑을 늘여놓았다.
근데 문제는 퇴근시간에 발생했다.
퇴근을 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하니 차가 없었다.
그리고 운양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내 차 누가 견인해 갔나 봐! 어떡해" 라며 등짝은 식은땀으로 다 젖은 채 울먹거렸다.
"잘 찾아봐! 주차 거기에 한 거 맞아? 주차장 한 바퀴 돌아봐!"라고 운양은 나를 진정시켰고,
그 말을 듣고 10m 앞으로 직진하니 내 차가 아주 예쁘게 주차되어 있었다.
나의 또 다른 초보운전 에피소드는 얼마 전에도 발생하였다.
집에서 8분 거리에 위치한 직장에 출근을 하게 되어 파파존스와 3번의 연습을 휴일에 하게 되었다.
복잡한 코스는 아니었고 3번 만에 주차 연습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하게 되었다.
문제는 똑같이 퇴근시간에 발생하였다.
원래대로라면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우리 집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서 일자로 쭉 가면 되는 단순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제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을 때 발생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앞차의 좌회전 신호에 바짝 붙어 이동하면 직진 차량을 피해 무사히 통과할 수 있지만
문제는 내가 선두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내 앞차는 직진. 나는 좌회전. 그리고 내 앞에서 꼬리물기가 끝이 나버리고 만 것이다.
선두가 되자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신호등이 없던 터라 적당한 타이밍에 내가 먼저 길을 터줘야 뒤차들이 따라서 들어오는데,
적당한 타이밍을 알턱이 있나.
계속해서 직진 차량에게 길을 내주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에어컨을 가장 세게 해 놓은 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확히 3번의 직진 차량에게 앞길을 내준 후
무사히 집으로 도착하게 되었다.
오늘도 퇴근을 하면 사거리로 진입해야 하는데 두려움이 몰려온다.
언제쯤 운전이 편해질지, 오늘도 두려움에 휩싸인 채 앞차가 좌회전이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