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것은 착각이었네

by 오가은






스무 살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어른이라고

다 컸다고 생각했지


스물아홉, 서른을 눈앞에 두고

여태 뭐 했을까 이룬 게 없다고

나를 탓하기도 했어


서른아홉, 마흔이란 숫자 앞에서

뭔가 시작한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일일까

망설이다 포기했어


쉰아홉, 육십의 문 앞에서

그동안 못해본 일들이 너무 많아

왜 이렇게 살았나

서글퍼했지


일흔아홉, 팔십 가까이 언저리에서

생이 다 늙었버렸다며

후회를 씹어 삼켰고


백 살을 바라보며

팔자에도 없는

운을 생명줄에 다 쓴 걸까

여태까지 살 줄이야

한숨 담아 곱씹어 되새겨보니


나이와 후회를

먹은 줄 알았는데

내가 먹은 건 그저 착각이었구나

모든 게 착각이었네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우주가 별을 끄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