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만년설

by 오가은





열대야의 습기 아래

너와 나의 그림자는

말없이 늘어져 걸었지


뜨겁게 쏟아지던

어제의 한여름은 식어있을 뿐


다정함이 피던 거리엔

흔적도 없이 무심한

발자국만 늘어 붙어있을 뿐


손금엔 땀이 고이고

손끝엔 얼음이 맺혀 차가운

적막만이 두 손을 맞잡아


맹렬했던 우리의 온기는

짧은 장마처럼 온몸을 적시고

금세 말라버렸어


눈빛은 이제 서로의

먼 계절처럼 더이상 만날 수 없이

멀고 무심하고 더뎠지


내 마음에 흐르는 땀을 닦았어

자꾸만 미끄러지는 너의 마음도 닦았지


그제야 알았어

이 계절에도 너의 마음은

더 이상 나의 계절로

흐르지 않아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불볕 한가운데 만 년 전의

첫눈으로 쌓여있어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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