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았어
아무 말 없이 내리는 그 비를
일기예보는 조용했지
오늘은 맑다고
아무 걱정 말라고
우산없이 나왔는데
그냥 그렇게
비는 맞거나 피하는 거라지만
소나기는 달라
갑자기 찾아오잖아
이유도 없이 그냥
불쑥
그게 내 잘못은 아닐거야
우산을 챙기지 못한 탓도 아니겠지
손님처럼 찾아온 무례한 소나기 탓도 아니겠고
이런건 이유가 없잖아
맞아보면 알게 돼
이 정도쯤은 괜찮은지
다음엔
우산이 필요할 것 같은지
그제야 알았지
맞아도 꽤 괜찮은
예기치 못한 비가 있다는 걸
달달한 단비가 있고
속삭이듯 내리는 이슬비도 있어
물론
우산을 꼭 들어야 하는
차가운 우박비가 있지
그래서 나는
다음에 내 우산을 꼭 챙길 거야
아주 튼튼하고
내 마음에 꼭 맞는걸로
그리고 나 혼자 쓰지 않을 거야
비를 맞은 너에게
네게 씌워줄 수 있게
작은 어깨라도
가려줄 수 있게
비를 맞아본 너의 마음이
어떨지 잘 아니까
너에겐
조금 더 따뜻한
조금 더 다정한
마음 하나 내게 건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