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것들이 있어
지난 계절의 무게를
다 기억하고도
나무는 말하지 않아
바람에 흩어지며
그저 한 번 더
피어나는 법을 택할 뿐
겨울 서리에 발끝이 얼고
모진 바람에 마음의 문장이 꺾였지
긴 밤을 몇 번이나 건너왔을까
기억하지 않는
척박한 땅 밑에서
가장 아픈 자리 마다
꽃눈을 맺고
가지마다 말라 있던 시간 위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연분홍 숨결을 터뜨리지
지나온 밤들이 아무리 길어도
시린 어둠이 오래 머물러도
어제는 끝내 지나가고
해마다 찾아오는 것들이 있어
다시 시작한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또 한 번 약속을 피우지
지난 계절의 이름으로
못다핀 날들은
바람에 흩날려
다음 봄으로 건너가
끝내
꽃을 피워내
계절은 한 번도
어긴 적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