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다지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예쁘기만 할 뿐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사실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엄마는 나와는 달리
세상의 아름다움을 잘 이해했고 사랑했다.
길가에 피는 이름 모를 풀까지도 사랑했으니.
사랑하는 친구를 맞이하듯 늘 반가워했고
재미난 예능을 보듯 웃음이 만개했다.
딱히 거창한 말로 표현한다거나
어느 부분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대신 나를 부르셨다.
나를 불러 풀도 보여주고 꽃도 보여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마냥 좋아만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수두룩했다.
어차피 내년에 또 피고 질 텐데
그 잎들이, 그 풀들이, 그 나무들이
도대체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인가.
오늘도 흐르고 내일도 흐르는 저 물이
도대체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인가.
고집스럽게 자라는 저 잡초 같은
이름 모를 꽃들까지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인가.
세상을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좋은 날 꽃을 받아보니 좋았고
좋은 날이 아닌 날에는 꽃을 받아서
좋은 날이 되었다.
나무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기대 보니 좋았고,
한결같은 풀은 풀대로,
흐르는 물은 물대로,
그러고 보니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 않을 이유는 없었고,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에 딱 좋다.
우리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