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신 공감

독신으로 산다는 것 43 -홀로 식사라고 다 초라할까

by 월영

퇴근길. 을지로4가에서 대학로 초입 이화4거리까지 저녁빛이 좋아 걸었다. 오는 길에 갑자기 만두국이 먹고 싶어 여기 저기 두리번 거렸다. 마침 이화4거리 창신동 방향 버스정류장 앞 만두국을 파는 식당이 보였다. 가게 앞에서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보니 두 세평 되어보이는 작은 규모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라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만두국이 너무 먹고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왼편에는 바로 주방과 카운터가 있었고 좌식 테이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주방에는 연륜이 있어뵈는 칼국수 뽑는 기계와 커다란 들통에 육수가 자글자글 끓고 있었다. 이층에도 자리가 있는 듯 음식을 윗층으로 나르는 간이 엘리베이터도 놓여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주인이자 주방장인 50대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홀로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에어컨이나 식당 기자재를 보니 최소 5년 이상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한 것처럼 보였다. 메뉴는 만두국과 칼국수, 우설 등이 있었다. 만두국은 7000원. 홀로 자리를 잡고 만두국을 시켰다.


겉절이 김치와 무김치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사다 쓰는 김치가 아니었다. 만두국이 나왔다. 왕만두가 5개 들어있었고 만두소에는 김치가 앾간 섞여 있었다. 국물이 너무 무겁거나 짜지 않았다. 잡미가 없었고 주인장 아주머니의 손맛이 느껴졌다. 약간 눅눅한 김가루가 아쉬웠지만 모처럼 규격화, 정형화된 음식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직접 만들고 가미해 만든 사람의 손맛이 느껴지는 만두국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내 등뒤에서 열무를 다듬고 계셨다. 손님은 나 외에 없었고 모처럼 온전히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만두국 한 그릇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과정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요리법대로 만두국을 끓여 손님에게 낸 주인 아주머니. 실은 그런 아주머니의 손맛으로 나는 자라고 컸다. 어머니 또한 자신의 직접 재료를 다듬고 요리해 식구들의 밥상을 채우셨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를 주로 국내 최대식음료 기업 본사 지하에서 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있다. 프랜차이즈처럼 대량으로 음식을 공급해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맛의 균질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규격화된 재료와 레시피가 있다. 그 탓에 주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메뉴얼대로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정서나 감이나 개성이 들어갈 틈이 없다. 덕분에 음식은 일정한 수준에 올랐지만 먹고 나서의 만족도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입으로만 맛과 포만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다.


카드계산기가 보였지만 현금을 냈다. 주인 아주머니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은 그릇을 보더니 양이 모자랐냐며 진작 말씀했으면 더 드렸을 것이라며 미안해 하셨다. 아닙니다 맛 있어서 다 먹었네요. 잘 먹었습니다. 꾸먹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들어오는 손님은 없었다. 홀로 주방장 앞에서 천천히 식사를 하며 한 식당을 온전히 차지하고 나온 셈이었다.


육체의 포만감 외에 또 다른 포만감이 몰려왔다. 음식은 이렇게 허기를 채우면서도 가끔은 마음을 채워준다. 홀로 식사가 마냥 초라하지 만은 아니한 이유다.

20170803_191057_HDR.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신으로 산다는 것 42 '아이의 눈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