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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Mar 05. 2017

독신으로 산다는 것 25
'그때 삶을 되돌아 본다면'

독신 공감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

급작스럽게 부장께서 물었다. 망설임 없이 답했다. 마흔둘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냐?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이를 ‘만’으로 인식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소위 뱃속에서부터 한 살을 먹고 나오는 한국식 나이를 거부해왔다.  올해는 부쩍 달라졌다. 그냥 42세. 한국 나이를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1976년생이니 이미 만으로도 41세가 넘은 상황. 


그래서인지 불과 몇 달 만에 두 살을 더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 나이를 만 40세로 인식하다가 불연 듯 42세로 올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 탓에 약간의 우울증 비슷한 게 생겼다. 인생이 벌써 후반전에 들었다는 절박함이 엄습해서다. 여기에 홀로 사는 삶이다 보니 주변의 지인들의 알콩달콩하거나 지지고 볶는 일상과 비교에 괜히 주늑이 들거나 혹은 소외감을 느낀다.  도대체 나는 뭘 바라 이렇게 사나? 하는 소위 자괴감과 함께.  


아마도 우리 또래는 별일이 없다면 여든 살까지는 살 수 있을 테다. 허나 사회의 주역으로서 살 수 있는 시기는 이제 20년 정도 남았다. 예순이 넘으면 사회의 주역으로 욕심을 내기보다 다음 세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며 사회에서 물러날 준비를 해야 한다. 


되돌아보면 대학에 입학해 마흔이 될 때까지 군대에서의 2년 6개월을 빼고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왔다. 그 ‘순식간’이 한 번 더 흐르면 60세다. 


최근 들어 과거의 일이 연대기 순으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과거 자체가 한 뭉텅이가 되어 각 상황별로 떠오른다. 해서 대학교 1학년 때 추억과 서른 살 때의 추억은 어느덧 시차가 사라졌다. 즉 이십 대의 나와 삼십 대의 나가 한 시공간 안에서 있었다는 착각마저 든다.  


연대기적인 기억이 뒤엉키다 보니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게 내 기억 속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맞이할 20년이란 세월이 7000여 일이라는 별개적인 하루하루가 아니라 그냥 ‘세월’으로 내 안을 흘러갈 것이다. 그 세월 안에서 자칫 중심을 잡지 못하고 스스로 건사하지 못했을 때의 혼망함과 일상에서의 낙오가 실은 두렵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별 수 없이 하루하루를 건실하게 보내고 큰 흐름을 견지하면서 항시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허나 또 일상에 젖어 있다 보면 관습적으로 움직이고 사고하고 타성에 젖어 생활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은 미래를 위해 뭔가 준비하고 점검하라고 강요하지만 몸과 마음은 그런 생각과 달리 움직인다. 여기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은 ‘인생 뭐 있다고 아등바등하냐’며 스스로의 나태함이나 게으름 혹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강화한다. 


그 양극단을 오가면서 이쪽저쪽 시늉만 하다 보면 하루가 흐르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의 달력이 넘어간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것도 벅차다고 투덜거리는 중에 어느새 쉰 살이 되어 있고 예순 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삶을 되돌아보면 어떤 상념에 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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