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신 공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영 Jul 27. 2020

독신으로 산다는 것 93 건강검진 잡상

회사에서 1년마다 하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가정전문의와 1분 남짓 상담 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다. 술도 줄이고 고기도 별로 안 먹었다고 답했다. 의사는 선천적으로 콜레스테롤을 희석시키지 못하는 체질이 있다고 했다. 가족력이라는 것이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병원에 가서 꼭 처방을 받으라고 했다.

치과에서도 검진을 했다. 소형 카메라로 내 입속을 보여준 간호사는 충치가 없는 건강한 치아라고 했다. 다만 치석이 있으니 스케일링을 받으라고 했다. 사실 양치질을 충실히 하는 편이 아니다. 안 할 때도 있고 대부분 설렁설렁한다. 그럼에도 우리 식구 중 치과를 가장 덜 갔다.

인간은 유전자적으로 균일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각자 유전자에 따라 취약 부분이 있고 또 상대적으로 강한 부분이 있다. 현대의학은 사람이 같은 환경에서 산다 해도 서로 건강상의 차이가 나는 건 유전적인 요소가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유전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식물, 동물이 있을 테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건강하게 태어난 생물’만이 지구에서 살아남았을까? 혹은 살아왔을까?

우리는 각자 어딘가 부족하고 또 어딘가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채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어떤 생명이라도 하나의 조건만 부족해도 존재할 수 없다. 어쩌면 생명 자체는 건강이란 잣대로 봤을 때 격차가 있지만 생명의 존재 조건 자체로는 ‘완벽’하고 '평등'한 환경에 있기에 건강상 차이가 나도 똑같이 숨 쉬며 지구 상에서 생존할 수 있다.  

요즘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도 많다. 이른바 문리가 트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홀로 집에 와서 이것 저것 궁리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느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뭔가 주제 하나를 잡고 맥락을 찬찬히 되짚으며 자료 등을 찾다 보면 다른 감정적 빈곤함이 들어올 틈이 사라진다.  

그것을 우리는 신께서 주신 ‘이성’이라 부르곤 한다. 그 이성이 반짝거리는 순간에는 딱히 홀로 사는 것이 아쉽거나 서럽지 않다.  그리하여 오늘은 내 유전자의 최초까지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신으로 산다는 것 9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