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이자 로맨스, 그래서 스릴러 로맨스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위험할 것이라는 예감에 지레 몸을 사리게 된다. 그리고 아쉬워하며 다른 방향으로, 더 나아갔다면 어떤 결말을 맞았을지 자꾸만 상상한다. 관계를 맺고 끊는 게 어렵다. 적절한 거리감은 편안하지만 지루하고 그 끝을 볼 자신은 없다. 이에 더없이 현실적인 고통, 그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다룬 작품 <미완결>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관계의 파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33세의 여성 ‘원유진’과 29세 남성 ‘은미결’, 47세 여성 ‘선은호’가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 전문 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는 유진은 취재차 보게 되었던 공연에서 신인 배우 미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비를 털어 미결의 인터뷰까지 진행하면서, 유진은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품는다. 그러나 그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미결은 돌연 무대에서 사라진다. 한바탕 좋은 꿈을 꾸었다는, 또 내게 그런 즐거움이 찾아 올리 없으리라는 체념을 곱씹으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유진은 아이스크림 배달원과 그 손님으로서 미결과 재회한다. 도저히 미결을 흘려보낼 수 없었던 유진은 그를 집에 들이게 되고 몸을 섞는다. 둘은 연인이 된다. 이 과정까지는 일반적인 로맨스다. 극적인 과정을 거쳐 마침내 사랑을 이루었다는 단단한 결속력이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했다. 선은호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 그들은 완전무결한 듯 보였다.
너무 많은 걸 잃은 채 스스로를 감추고 살아왔던 미결에게 유진은 빛나던 시절의 방점을 찍어준 존재였다. 자신을 너무나 똑 닮은 동생 한결의 방황으로 미결은 온갖 추문에 휩싸이게 되고 무대공포증을 앓고 있는 미결에게 유진은 자랑스러운 과거, 비참한 현재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구원이었을 것이다. 유진 또한 미결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사랑한다. 이들은 드넓은 바다, 언제 휘몰아 칠지 모르는 풍랑을 견디는 조각배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은 스릴러다. 이 연인을 통해 새로운 작품, 혹은 새로운 세상을 엿보고자 애쓰는 선은호가 있기에 그러하다.
난파선에서 나누는 감정의 절박함과 위태로움
유진은 어떠한 정보도 알려지지 않은 극단의 신비주의 베스트셀러 작가, 은호의 인터뷰를 따와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모든 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은호의 팬이었던 유진은 정성스레 메일을 작성한다. 이에 대해 은호는 “글 전체가 발고 활기를 띠고 있으면서도- 내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평한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써 봐. 너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에 있는 그런 인물로.”
은호는 최근 비슷한 작품만 쓴다는 평가를 받으며 스스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 느낀다. 그런 면에서 자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에 유진을 만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진의 애인, 미결에 대해, 또 그들의 관계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은호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미결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들을 새 작품의 모티프로 삼는다.
“널 샅샅이 해부하고 재조립해서 걸작을 쓰겠다. 너는 내 소설 속에서만 살아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거야.”
우연을 가장하여 미결에게 마음의 빚을 지우고, 함께 누워 있는 모습, 미결의 차에 동승하는 모습 등을 유진에게 보이는 등 남녀 관계의 그 얄팍함을 자꾸만 헤집고 자극한다. 유진은 은호의 의도를 의심하다가, 작가적 아우라에 휩쓸리기를 반복한다. 미결은 예의와 동경, 경멸과 동정의 감정을 넘나들면서 은호의 한 마디에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관계에 균열을 만드는 건 한 마디다. 그렇게 유진과 미결의 평화롭던 항해는 끝났다. 풍랑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거친 파도와 예감, 시즌2의 시작
작가가 주변의 이들을 휘두르며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가는 서사 구조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다만 그 주체가 여성이며, 남성이 단지 장기말로 분하여 휘청거리는 면면이 독특하게 와닿는다. 은호와 유진은 욕망을 감추거나 숨기지 않는다. 은호는 사회적 통념을 파악하고 여성임을 드러내지 않고 스릴러 작가로 지내지만, 이 또한 내재된 욕망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성별의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오직 소설을 통해서만 존재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위해 주변의 것들을 집어삼키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유진도 마찬가지다. 미결을 향한 유진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미결은 유진의 육체적 욕구를 모두 받아주며 자신의 욕구는 혼자 처리하는 장면이 있음에 반해, 유진은 은호와도 혀와 몸을 섞지만 미결을 당연하듯 품는다.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원하는 바를 위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성인물이기에 한계 없이 지독하게 몰아붙이며, 나체의 로맨스 또한 서슴지 않는다. 대사와 독백의 정보량이 꽤 많음에도 네온비 작가의 섬세한 감정 묘사, 문학적 서술, 예상을 뒤엎는 전개의 흥미진진함은 작품의 재미를 보증한다.
안나래 작가의 병환으로 긴 휴재가 진행되었으나, 다행스럽게 무사 복귀하여 22년 09월, <미완결> 시즌2가 시작되었다. 수려하고 안정적인 로맨스의 작화로 작품에 생기를 더해주는 매력은 더욱 깊어져 유진과 미결, 은호는 더 적극적으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성인 로맨스릴러의 형태로 은호가 만든 태풍으로 거칠어진 바다에서 침몰하고 있는 이들의 여정을 보며 예감과 상상의 극단을 볼 이, 카카오 웹툰의 <미완결>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