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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Feb 06. 2020

[독서후기]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의 내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김미경 글.그림

한겨례출판


김미경 작가는 지인의 소개로 독서모임에서 <<서촌 오후 4시>>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평소 페북 친구로서 전시회와 책 출판 소식을 듣고 바로 구매했지만 이제야 읽었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의 영혼은 아름답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도 자유롭게 살아갈 날을 꿈꾸어 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즐겁지만.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세상의 이치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갈 날을...


자신의 마음이 즐거울 때 그린 그림을 사람들이 기막히게 알아차린다는 내용을 보면서 어떤 일을 하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듯이 나의 성공과 행복은 주위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소질은 혼자 자라지 않고, 혼자 그린 그림도 없다.


그림과 글을 통해 작가의 삶을 따라가면서 사람에 대한 따듯함을 느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 비슷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삶을 보면서 나의 삶을 생각해보고, 내가 하지 못하는 자유로움을 보면서 또 다른 삶을 꿈꾸어 본다.


그림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마음속 끈들을 하나하나를 내려놓을 때 더 자유로워지고 더 다양한 그림과 몸짓이 나온다는 작가의 그림과 춤을... 그리고 삶을 응원한다.





P. 17

다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내게 인생이 5년 남았다면?

"지난 5년처럼 살고 싶다.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팔고, 그림 그리며 만나는 새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 속으로 쑥쑥 들어가며 살고 싶다. 세계 여행을 더 다니고 싶고, 딸 옆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


P. 36

그림의 시작은 '바라봄'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눈을 똑바로 뜨고 열심히 수많은 것을 바라보며 살지만 정작 잘 보지 못한다. 너무 바빠서, 한가롭게 앉아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찬찬히 관찰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다 알고 있어서 새롭게 관찰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P. 67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것을 마구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백 시간 이상을 작심하고 그려야 하는 그림의 경우, 좋아하지 않는 것을 선택해 그리긴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인가를 애써 그린다는 것은 그 대상을 눈물 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란 걸, 그리면서 깨닫는다.

좋아하니까 그리고, 그리면서 더 좋아진다.


P. 110

내가 미칠 지경으로 좋은 상태에서 그린 그림을 사람들은 기막히게 알아차린다. 묘사가 뛰어나거나, 구도가 멋지거나, 색상이 세련되거나, 더 열심히 그린 그림보다 내가 섹스하는 기분으로 흠뻑 빠져 즐겼던 구도나 풍광을 그린 그림은 사람들이 훨씬 더 좋아하는 걸 감지한다. 꼭 그림을 그릴 때 내 옆에서 지켜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P. 117

"어떻게 춤을 이렇게 멋대로, 함부로, 잘 추느냐고요? 제 의식을, 무의식을 묶고 있던 억압의 끈들을 하나씩 풀어줬더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춤은 제가 자유로워지는 만큼 추어지는 것 같아요. 딱 그만큼이요. 제 그림도 그만큼씩 자꾸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P. 187

약속에 늦는 사람을 기다릴 땐,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다. 구름을 쫓아다니거나 바람 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인다. '이렇게 남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다니!' 하던 심술스런 맘이 언제부턴가 싹 사라졌다.

세상에 낭비되는 시간은 없다.


P. 209

나 혼자 그린 그림은 없다. 엄마 아버지의 힘, 딸의 힘, 역사의 힘, 바람의 힘, 인왕산의 힘, 진달래의 힘, 가족의 힘, 친구들의 힘, 애인의 힘, 종이 만드는 노동자의 힘, 힘힘힘... 수억만 가지의 힘이 내 손에 녹아들어 그린 그림이다. 그 그림을 비싼 값에 팔아 부자가 된다면 반칙이 아닐까? 내가 먹고살 만큼의 가격을 매겨 팔아먹고 사는, 소박한 화가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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