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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May 19. 2021

[독서후기]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지음 ㅣ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때, 사람을 죽이는 도살장을 생각 했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인이 유대인을 처형하던 가스실의 지명같은 느낌이었다. 제5도살장이라는 말은 드레스덴에 있는 가축 도살장 5번째 건물을 말한다. 전쟁포로를 도살장에 수용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빌리 필그림이 트랄파마도어라는 외계 행성과 지구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미래와 과거를 시간여행하면서 진행된다. 이런 형식으로 소설을 전개하는 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드레스덴 대학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힘들어서 시공간을 뒤죽박죽 섞은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드레스덴 폭격 참상에 대한 내용 보다는 드레스덴으로 가는 여정속 전쟁의 참혹함과 트랄파마도어에서 나름 행복한 생활에 대한 내용, 일리엄에서의 검안사 생활과 죽음 등 소설을 다 읽고나서도 끝난게 아닌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 그런거지' 빌리가 사람의 죽음을 표현하는 한마디다. 너무나 많은 죽음을 봤기에 죽음 자체의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생각의 표현같다. 무의미한 느낌과 체념한 느낌.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내가 할 수 없다는 느낌.


소설의 첫 부분에 소설 내용이 일어났던 사실이라고 강조를 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궁금해서 드레스덴 폭격을 검색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와 공습을 피해 대피소에 모여서 끔직하게 죽은 사람들과 파괴된 도시의 모습이 달 표면 같다는 소설속 느낌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 사건을 잘 모르는 것은 독일이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며, 연합군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시각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레스덴 폭격이 영국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지만 수많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학살을 한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도하는 국내 언론의 행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으로 뉴스를 전한다. 쌍방의 전쟁이 아니라 그냥 학살이다.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전쟁을 하지 않는 민간인과 어린이들이다. 아무리 거대 악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일어나는 전쟁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더라도 타당한 이유는 없다.




P. 33

책이 너무 짧고 뒤죽박죽이고 거슬리네요, 샘. 대학살에 관해서는 지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지요. 원래 모두가 죽었어야 하는거고, 어떤 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 다시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거지요. 원래 대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아주 고요해야 하는 거고, 실제로도 늘 그렇습니다만. 새만 빼면.

그런데 새는 뭐라고 할까요? 대학살에 관해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지지배배뱃?" 같은 것뿐입니다.


P. 82

하느님, 저에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언제나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P. 191

건물 문에는 커다랗게 번호가 적혀 있었다. 5였다. 미국인들이 안에 들어가기 전에 유일하게 영어롤 하는 경비병이 큰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릴 경우에 대비해 간단한 주소를 외우라고 말했다. 그들의 주소는 '슐라흐토프-퓐프'였다. 슐라흐토프는 도살장이란 뜻이었다. 퓐프는 너무나도 친근한 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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