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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Aug 06. 2017

#6. 채우려 하지 말고 비워야 합니다

강석태의 PPT 정복하기

PPT 정복하기

① 피곤하고, 피하고 싶고, 초보티 나는 PPT! 어떻게 할까요?

② 파워포인트를 만들기 전에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세요

③ 스토리보다 강력한 설득 방법은 없습니다

④ 짧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줄여 쓰세요

⑤ 글보다 그림으로 표현하세요

⑥ 채우려 하지 말고 비워야 합니다

⑦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⑧ 단축기능을 쓸수록 퇴근 시간이 빨라집니다



비즈니스 문서를 만든다는 것은 내용을 가득 채우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일 것입니다. 채워진 내용은 조직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며 구성원이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 매체의 역할을 해줍니다. 이렇듯 내용을 채우는 것은 비즈니스 문서 작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서에 내용을 자꾸 채우려고만 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채울수록 복잡해지고, 복잡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특히 한정된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면 가득 채워진 내용이 오히려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의사결정에 혼선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채우려고 하지 않는가?

내용을 채우는 것은 일단 일을 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표현해줍니다. 문서가 텅 비어 있으면 업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비난 받을 수준은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내용이 여기저기 중복되더라도 일단 채워 넣게 됩니다.



혹시 이렇게 불필요한 것들만 잔뜩 채워넣고 있진 않은가?


또 다른 이유로는 빽빽하게 내용이 채워져 있는 문서는 왠지 남들이 범접하지 못할 전문성을 드러내준다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특히 전문 용어로 가득 찬 문서들은 지적 우위를 뽐낼 수 있고 이것을 읽는 이가 익히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합니다. 이런 문서를 말로 표현한다면 일명 꼰대가 청춘에게 전하는 일방적인 설교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많은 내용을 넣을 수록, 상대방이 더 잘 이해할까?

마지막으로 내용을 많이 제공하면 읽는 이가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한몫합니다. 마치 문제를 풀기 위해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문제지를 함께 제공하면 수학을 더 잘 하고 더 잘 풀 것이라는 생각과 같은 것이죠.

이유야 어떻든 여러분도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진 않나요?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비워야 하는 이유는? 중요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다!

채우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무의미하고 중요하지 않는 내용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내용이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누락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심지어 핵심 내용을 못 채워서 읽는 이가 이해되지 않도록 문서를 고의적으로 복잡하고 난해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워야 하는 이유는 중요한 것을 채우기 위함이다.



비즈니스 문서를 만드는 이유는 누가 더 파워포인트를 잘 만드나를 뽐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가 스티브 잡스처럼 극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는지 가리는 것도 아닙니다.

비즈니스 문서는 오로지 조직의 소통과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말로도 표현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말로 하는 것을 다 이해하거나 모두에게 전달하기 어렵고, 말로 하는 것만으로는 다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문서를 만들어서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즈니스 문서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야 합니다. 핵심 내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복된 내용은 합치고, 무관한 내용은 빼야 하며, 너무 세부적인 내용은 뒤로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즈니스 문제의 본질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드러내야 합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문서를 통해 정확한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문서를 만드는 목적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비즈니스 문서!



시선의 거리만큼 여백을 주자

문서를 비우는 것은 여백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밀림 숲처럼 문장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문서는 숲이 아닌 나무만 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서에는 빈 공간, 즉 여백이 있어야 합니다.


문서의 여백은 시선의 거리와 반비례 해야 합니다. 슬라이드 장표와 시선이 가까울수록 여백은 적어야 하지만 시선이 멀수록 여백은 넉넉하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 글과 글 사이에도 여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읽는 이가 숨 막하지 않습니다.

슬라이드와 시선이 멀어질수록 문서 내 여백이 중요해진다.

단락과 줄 간의 여백은 문장 이해를 돕는다.



문제는 내용이 많은데 어떻게 여백을 만드느냐겠죠. 내용을 채울 공간도 부족한데 그 안에서 다시 여백을 만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문서를 다시 하나씩 따져보세요. 뭔가 군더더기가 많고 지저분해 보이는 문서에 존재하는 세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① 중복된 내용이나 문장이 많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된 내용이 다시 뒤에서 반복되기도 하고, 타이틀에서 언급했던 문장이 하부 내용에 서너 번 반복되기도 합니다. 또한 단어도 불필요하게 자주 반복되기도 하죠.


또 ② 어떤 내용은 문서의 목적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가 작성해둔 그럴듯한 내용을 짜집기해서 붙여뒀는데 문서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부가 정보 수준의 내용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③ 너무 세부적이거나 지엽적인 내용들로 채워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단순한 트리 구조(Tree Logic)로 설명한다면 ‘과일–사과–부사’라는 3 계층 구조에서 ‘과일’을 다루어야 하는 논리 전개 영역에서 ‘부사’나 ‘아오리’ 레벨의 단편적 정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너무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나 메시지만 전달될 뿐 비즈니스 문서에서 전하고자 하는 전체 메시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중복된 것은 합치고, 무관한 것은 빼고, 세부적인 것은 뒤로 보내자



그럼 어떻게 해야 여백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중복된 것은 합치고, 무관한 것은 빼고, 세부적인 것은 뒤(별첨)로 보내라는 것입니다.

문서에서 흔하게 보이는 패턴 중의 하나가 문장을 중복해서 쓰는 것입니다. 앞 문장에서 정의를 했는데 뭔가 부족해서 인지 다음 문장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한 줄로 쓸 수 있는 문장을 글머리 기호를 이용해서 여러 줄로 표현해 버리니 공간과 여백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사례 1] 문장 하단에 글머리 기호를 이용하여 부연설명을 달아 놓는 경우

• 국내선 웹 체크인 지점 오류 수집
– 국내 전지점 자료 수집 분석

→ 수정 후 문장: 국내선 전지점 웹 체크인 오류 원인 분석 및 조치 중

1. 각 유형별 서브태스크와 작업자, 목표 일정을 정해 개선
2. 개선 후 국내 지점에 문의 하여 지속적으로 관리

→ 수정 후 문장: 유형 별 서브태스크, 작업자, 목표일정을 정해 개선 및 관리 중 


[사례 2] 불필요한 단어가 반복되어 문장을 길게 쓴 경우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서버에 기록 저장

→ 수정 후 문장: 데이터 수집 위한 로그 적재 

중국인의 해외 관광 시장은 초기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Outbound 확대가 예상되며, 한국은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중국의 역내관광 권역에 속하고 동시에 발달 된 선진 관광 도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증가하는 Outbound 수요의 흡수 유리

→ 수정 후 문장: 중국 해외관광 시장은 초기 단계로 지속성장이 예상되며, 한국은 지리적 접근성 및 선진도시 이미지 구축으로 중국 Outbound 관광 수요 흡수에 유리



이렇게 중복된 문장을 합치고 줄여서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 문장이 쓰여질 공간과 여백이 확보됩니다. 무관한 내용은 더 그렇겠죠. 꾸미기 위해서 존재하는 도형과 선, 넣지 않아도 무방한 이미지들, 그리고 문서 설득의 목적에 맞지 않는 문장들을 빼버리면 훨씬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서가 됩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별첨으로 보내세요. 중요한 경영진 대상의 보고나 제안 발표에서 핵심 메시지에서 벗어난 국지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면 보고의 초점이 지엽적인 문제를 지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러면 보고의 시간도 부족하게 될 뿐 더러 한정된 시간 내에서 달성해야 할 설득의 목표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세부적인 것은 별첨 페이지를 구성해서 질의가 나올 때 장표 링크를 통해 설명하면 됩니다.

합치고, 빼고, 뒤로 보내 “한 눈에 들어오는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여백은 글을 읽는 이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용을 강요하지 않고 내용이 저절로 납득되게 하려면 한눈에 들어오는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도에 많은 정보를 넣으면 목적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목적지와 목적지로 가는 길이 잘 보이도록 지도를 만드는 것처럼, 문서도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강석태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도서출판 타래)의 저자. LG CNS에 재직 중이며 15년 동안 서비스 기획 및 신사업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노트북을 매일 끼고 살지만, 종이 위에 그려지는 그림과 글씨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지금껏 수만 장의 문서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읽는 이가 저절로 납득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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