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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Oct 31. 2015

3편: 스토리보다 강력한 설득 방법은 없습니다

앞서 2편을 통해 “컴퓨터로 슬라이드를 만들기 전에 종이에 밑그림을 먼저 그려보라”는 글을 썼습니다. 슬라이드를 작성하기 전에 밑그림을 그려봄으로 써 슬라이드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개별적으로 작성된 슬라이드를 하나의 문서로 연결하였을 때 전체 스토리를 제대로 구성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글입니다.



스토리텔링, 왜 해야 하나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다 보면 개별 슬라이드에 집중한 나머지 전체 스토리에는 소홀하게 되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접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논리적인 비약이 발생하거나 중요한 자료가 누락되거나 슬라이드 간에 중복이 생긴 것이죠. 그래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동시에 청중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스토리텔링 기법도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문서의 내용을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전개시키는 한편 이해하기 쉽고 집중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치 이야기 들려주듯 익숙하거나 관심 가는 이야기 소재와 엮어 이야기하듯 설득하는 거죠.

비즈니스 문서는 개별적인 슬라이드가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슬라이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논리 전개 흐름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문서가 논리적으로 전개된다는 것은 마치 타인에게 이야기하여 설득하듯 전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TED와 같은 지식 강연 콘서트에서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도입하여 청중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문서는 무엇인가요?


비즈니스 문서는 공식 문서와 비공식문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공식 문서는 형식과 격식을 갖춘 문서로 상사에게 보고하는 기획서나 사업계획서, 제안서 같은 문서입니다. 꾸미기는 극도로 자제하고 내용 전달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데이터와 자료를 기반하여 작성하고 슬라이드도 구조화된 템플릿 양식을 많이 활용합니다.



이런 문서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는 게 맞냐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런 문서도 목차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 보시면 됩니다. “현황을 분석해보니 문제점이 발견되어(제안 배경),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실행해야 하고(제안 사항),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 예산, 비용은 얼마이고(실행 방안), 이것을 통해 기대되는 결과는 무엇입니다(기대효과)”라는 것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되는 것이죠.



반면 비공식적인 문서는 특별히 목차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양식 없이 자유롭게 발표하는 파워포인트 문서를 들 수 있습니다. 직원들 대상으로 경험을 공유하거나,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할 때 사용합니다. 목차가 자유롭고 이미지도 많이 활용됩니다. 구체적인 수치나 데이터보다 뭔가 감성적이면서 인상적인 내용이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기법이 많이 활용되는 양식이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이라 하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식 문서든, 비공식 문서든 상대방을 설득하고 납득시킨다는 점에서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것입니다. 다만 발표의 대상, 장소, 목적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비중이나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 뿐입니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 보편적으로 아는 이야기를 활용한다.

• 인기있는 드라마, 영화,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활용한다.

•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 지인이 겪은 경험이나 사례를 이야기한다.

•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런 소재가 자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잘 부합할 수 있고,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라 이해하기도 쉽다면 더욱 좋은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활용한 발표 사례


LG CNS는 팀 조직과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습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부의 학습을 통해 개인의 직무 역량도 향상시킬 뿐 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사업 모델도 도출하는데요. 매년 조직의 학습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배움과 나눔의 장’이란 행사입니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홀에서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최종 팀이 1년 동안 학습을 어떻게 해왔으며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를 발표하고 참석한 임직원들이 모바일로 실시간 투표를 하여 수상작을 가리는데요. 2014년 ‘배움과 나눔의 장’ 행사에서 제가 1등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LG CNS 임직원 학습조직의 결과를 공유하는 ‘배움과 나눔의 장’ (이미지 출처: LG CNS 블로그)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자유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문서의 양식은 각 팀의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자유 양식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유아용 웨어러블 밴드를 기획하여 사업화를 시도했으나 사업화에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아이디어를 통해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과 그것을 통해 배운 점을 발표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어떻게 스토리텔링으로 전개할까 고민하다가 당시 만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인기가 있었던 미생(未生)을 스토리텔링 모티브로 잡았습니다.

아이디어를 미생으로 표현하고 비즈니스를 완생으로 정의하여 ‘미생인 아이디어가 완생의 비즈니스로 가기 위해 어떠한 요소가 필요한지’를 이야기로 전개한 것이죠.



그리고 미생 출연진 사진을 활용해 아이디어가 비즈니스로 완생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4가지를 전달했습니다.

장표에 사용된 이미지는 발표 자료에 활용된 이미지로 본 포스팅에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TvN ‘미생’ 홈페이지 )


미생 출연진 중 장그래나 안영이 씨를 출연시켜 후배로서 선배에게 항의(?)하듯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캐릭터의 특성을 활용해 본 것입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학습의 과정이 결국 배우는 과정이므로 미생처럼 바둑을 배우듯 비즈니스도 배웠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습니다.



스토리를 구성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먼저 여러분이 전달할 핵심 내용을 미리 노트에 적어보거나 말로 표현해 봅니다. 그 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예시로 든 스토리 텔링에서는 ‘웨어러블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알게 된 교훈을 공유해보자’라고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미생 소재와 연결한 것이죠.


전달할 핵심 내용이 한 줄로 명확하게 정의되면 그 후엔 스토리를 어떻게 전개할지 먼저 써봅니다. 스토리를 전개할 때 미생처럼 적합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위 지인에게 설명하듯 이렇게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구나 라는 마음으로 써내려 가는 것입니다. 그 다음 이를 문서로 만들어봅니다. 문서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주위 사람에게 발표하여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청중의 관점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나 장황한 부분을 미리 걸려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완성된 후 스크립트를 짜서 실제 발표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몇 번이고 발표를 해보면 내가 어디서 막히고 문서가 어디가 이상한지를 알게 됩니다. 이런 부분이 발견되면 다시 발표자료를 수정하기를 거듭하면서 자료를 완성하면 됩니다.



스토리텔링을 할 때 주의사항은요?

1. 저작권에 주의하세요.

인기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다 보면 필수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자료의 상업성 여부에 따라 저작권 저촉을 받을 수 있으니 자료의 사용 범위와 출처를 반드시 명기 하시는 게 좋습니다.


2. 자신의 발표 주제에 맞는 스토리 소재를 채택하는 게 좋습니다.
타인이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나 다른 발표 자료에서 도입했던 스토리 소재를 그대로 도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제가 발표한 자료를 응용하여 미생을 사업제안서에 소재로 넣어 제안 프레젠테이션에 활용했다가 발표자가 미생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도 못하고 지나가버린 어색한 경우도 생긴 적도 보았습니다.


3. 스토리텔링은 웃기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스토리텔링은 연예인 김제동 씨처럼 입담 좋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스토리텔링이 재미있거나 웃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셔야 합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의 경험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소재가 발표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이템이나 콘텐츠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본질이 되어야 합니다. 바쁜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저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러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없습니다.


4. 발표의 목적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범위를 정의해야 합니다.
스토리텔링을 과도하게 적용하면 자칫 지나치게 가벼워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춰서 스토리텔링의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문서에서는 스토리텔링을 넣더라도 주의 환기를 시키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타래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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