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팔이오 Nov 29. 2023

제주도 말수의사는 커리어분야 크리에이터

솔이엄마 김 선생 편

  한국마사회에 근무하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같이 근무하는 수의사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대학원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마침 마필보건원에 방문할 일이 있어 들렀다가 진료 중인 김 선생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진료 중에 여러 가지 검사와 처치를 위해 마취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조금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대학원에 등록하여 매주 월요일 저녁에 있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실제 한국마사회의 마취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이어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였고 일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던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면서 김 선생이 옆에서 말을 건넸다.


  "교수님, 둘째가 생겼는데 수업에 계속 참가해도 될까요?"

  "네?  둘째?  애기요?  그럼요.  분만 전까지는 당연히 수업에 계속 오셔도 됩니다."  


  예정일과 분만 이후의 계획 등에 대한 얘기를 듣고 일단 분만 전까지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로 하였다.  털털한 성격의 김 선생은 배가 불어오면서도 월요일 저녁 수업에 빠짐없이 참가하였고, 어느 날 출산소식을 알려주었다.  둘째 솔이의 탄생이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김 선생은 또 공부를 시작했다.  딸 둘을 둔 나로서는 딸바보의 전형으로 집사람이 어린애 둘을 돌봐준 덕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는데, 김 선생은 큰 애와 솔이를 돌보면서 공부까지 병행하였다.  대단한 엄마였다.  일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데 애기까지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후, 김 선생은 어느 날 홀연히 (내가 보기에는)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턴가 브런치에서 글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주로 말 이야기, 말 수의사 이야기, 그리고 여러 가지 마음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도 서 교수님과 같이 졸업논문을 작성하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에서도 제주도에서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 확인해 보니 브런치 작가로서 커리어분야 크리에이터로 인정받았단다.  언제나 어디서나 스스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진행하는 솔이엄마.  오늘도 제주도에서 1인 3역으로 활동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전자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