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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Nov 28. 2023

유전자의 힘

카본카피 남 선생 편

  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면 전천후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실습지도는 당연한 것이고 (그것도 여러 과목을 동시에),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보호자를 대하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고 논문 작성하여 투고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그런 시간들 사이에는 여러가지 학교행사, 대학 (여러가지 입학전형이 있어서 매년 4번 다른 면접을 진행)과 대학원 (전기와 후기) 입시 등이 촘촘하게 시간표를 채우게 된다.


  다양한 면접에 익숙해지던 어느 해, 면접위원으로 같이 참여하는 다른 교수님께서 지나가는 듯한 말로 말씀하셨다.  


  "이번에 남 OO 선배 자제가 지원했다던데요."

  "그래요?  우리가 조직학 배울 때 조교셨는데."

  "그러니까요.  벌써 25년 전이에요."

  "그러네요."


   면접을 진행하면서 무수히 많은 (50명 이내지만) 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나가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  이 친구구나!  너무 똑 같자나!  완전 카본카핀데!'


  모든 학생들에게 언제나 똑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에 또 다른 질문을 이어가면서 '이 친구 성실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또 다른 학생들이 더 지나가고 나서 그 날의 면접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어느 날.  익숙한 카본카피 복제본 학생이 본과 1학년이 되어 봉사동아리의 일원으로 봉사활동에 같이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궁금증을 못 참는 나는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 중에 슬쩍 물어봤다.


  "OO야,  너 아부지랑 똑 같이 생긴 거 아니?"

  "네?  제가요?"

  "응, 아부지 대학원 다니니면서 조교하실 때랑 똑 같애."

  "그럴리가요~!"


  그랬던 남 선생은 봉사활동을 여러 번 같이 진행하면서 학년이 올라가더니 대학원 진학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마취통증의학과에 입학하였다.  현재는 전임수의사를 맡아서 동물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카본카피 남 선생의 MBTI가 나와 같아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대략 어떤 생각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혼자서 썰렁한 농담을 열심히 (?) 하다가 아닌 것을 알고 나서 일부러 큰 소리로 혼자 웃는다거나, 실수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용감해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내면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도 카본카피 남 선생 화이팅~!  


  다음 주에는 원본과 카본카피를 같은 자리에서 비교검토해볼 기회가 생겼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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