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이 털을 깎아주자~!
집에 온 엔젤이는 애들의 주관심사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화제의 주인공은 엔젤이었다. 먹을 것과 잘 곳, 그리고 예쁜 의상까지 갖추어 주고 매일 아침 문안인사까지. 무난하게 적응하고 지내는 과정에 추가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발생하였다. 장모종의 시쭈이다 보니 털관리가 화두가 되었다.
애들은 주위에 있는 동물병원이나 미용샵을 알아보고서는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 설전을 벌였다. 우선은 처음 엔젤이가 왔을 때 방문했던 동물병원에서 입양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 미용도 하고 있던 것을 보았기 때문에 1순위로 방문하는 것으로 하였다.
기본으로 클리퍼로 정리하고 가볍게 가위질을 보탠 엔젤이는 천사로 탈바꿈했다. 누가 보아도 예쁘다고 말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왕방울 눈이 있는 동그란 얼굴로 거실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까칠한 보호자'를 흐믓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문제는 털을 한 번 깎아주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으로서 이제부터는 스스로 관리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작업으로서 너튜브 (?) 동영상도 잠시 보고 필요한 물품 목록도 만들어보았다.
'그래, 직접 클리퍼를 사서 엔젤이 털을 깎아주자~!' 라고 얘기했더니 집사람과 애들은 극구반대다. '도대체 어떤 개를 만들려고 그러냐'며 손사래를 친다. 애들은 자신들이 '용돈을 아껴 엔젤이 미용을 시켜주겠다'며 맡겨두란다. 여러 의견에 따라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엔젤이 털도 자라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애들과 '까칠한 보호자'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엔젤이의 털이 기준 없이 여기저기 가위질이 되어 있고 애들 말로는 '엔젤이가 걸레'가 됐다며 울먹인다. 턱을 깎으러 가지 않자 기다리던 집사람이 참지 못 하고 가위질을 한 것이었다.
얼른 클리퍼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마취와 수술 전에 하듯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밀어버렸다. 엔젤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한 듯 가냘퍼졌다. 그래도 난도질당한 걸레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렇게 엔젤이의 털은 수난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