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7

아빠, 엔젤이가 발작을 해요~!

by 돌팔이오

집사람의 직장을 위해 다시 이사를 했다.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싶다는 집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눈이 안 보이는 엔젤이는 집구조를 보고 파악할 수 없으니 새집에서는 거실 한쪽 모퉁이에 펜스를 설치해서 엔젤이의 구역을 만들고 그곳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 안에는 쿠션과 패드가 깔려있고, 한쪽에는 물과 사료를 넣어주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아침에 집사람과 내가 집을 나오면 하루 종일 엔젤이 혼자 있어야 했다. 대학을 다니는 애들은 기숙사에 있어서 주말에나 엔젤이를 보러 오곤 했다. 주말에 보호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큰 애가 전화를 여러 번 했다. 잠시 도시락을 먹으면서 전화를 해보니 엔젤이가 발작을 했단다.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라고 했더니 '지금은 괜찮아졌고 발작은 2분 정도 지속되었다'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본 엔젤이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자고 있는 모습이나 걸어 다니는 모습도 변화는 없었다. 마침 방학이 되어 집에 오게 된 큰 애가 좀 더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 사라지려고 할 때 다시 큰 애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엔젤이가 또 발작을 해욧~!' '그래? 그럼 혀를 옆으로 빼서 숨 쉬는지 확인해 볼래?' '네, 숨은 잘 쉬는 거 같아요.' 그럼, 엔젤이를 좀 주물러 주고 지속되면 다시 전화해.' 잠시 후 엔젤이의 발작이 멈추었다는 큰 애의 문자메시지가 가족채팅방에 떴다.


큰 애와 같이 엔젤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와 MRI 촬영을 했다. 마취를 하고 기계 속에서 잠자고 있는 엔젤이를 보면서 엔젤이의 나이를 생각해 보니 16살이었다. '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MRI 촬영을 마친 엔젤이는 마취에서 잘 회복하였고 MRI 영상에는 특별한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 엔젤이는 괜찮은 거예요?' '응, 이제 나이가 서서히 들어가면서 잠깐씩 발작을 하는 거 같아. 엔젤이가 나이가 많이 든 거지. 사람으로 치면 80살 정도일걸?' '그럼 엔젤이도 죽는 건가요?' 집으로 오는 차 속에서 큰 애가 안경을 벗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 번째 시쭈 엔젤이 이야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