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번스
개의 뇌과학, 반려견은 어떻게 사랑을 느끼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개와 인간의 뇌는 유사한 패턴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 수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매혹적인 제목은 없을 것이다. 바로 주문 및 결제 완료. (눈보다 손이 빠른 결제 완료~!)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집사람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저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사람의 fMRI를 연구하는 연구자인데, 어느 날 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졌고, 그것을 fMRI를 이용하여 알아보고자 시도했다. 자신의 반려동물인 캘리의 도움을 얻는 것이 시작이었다. 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자신과의 신뢰관계까지 수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보았을 고민을 하나씩 해결해 간다.
'그럼에도 이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실험을 할 거라면 내 가족, 내 식구여야만 했다. (162 페이지)' 실험을 진행하면서 대상으로써 본인의 가족과 반려동물을 우선적으로 대상자로 삼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 공감이 간다.
당연히 계획대로 진행되는 실험이 없다.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자 이런 고민도 한다. '첫 번째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이 문제를 미리 생각해 봤다면 좋았겠지만, 과학에는 절대 완벽이란 없고, 그 누구도 실험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다. (194 페이지)' 그렇지. 제대로 안되면 다시 하고, 수정해서 다시 하고, 평가하고, 또 하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개와 사람 간의 관계 개선의 핵심은 행동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인지'에 있다. 긍정적 강화는 훈련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정말 개와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은 '좋은 리더'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협박이나 처벌로 군림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개 역시 지각력을 가진 존재로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진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252 페이지)' 맞다. 개를 비롯한 동물은 '털 없는 원숭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동반자인 것이다. '털 없는 원숭이'는 생태계를 지배하는 자가 아닌, 단지 한 종류의 구성원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연구를 위해 동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실험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 대부분 사람의 이득을 위한 실험이다. 이제는 인간 중심의 연구를 줄이고 동물 자신의 웰빙과 행복에 직접적으로 득이 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254 페이지)' 너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동물을 이용하지 말고 그들과 공존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 '털 없는 원숭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fMRI를 이용한 연구의 결론. ''개는 무슨 생각을 할까?'란, 질문에 내린 답은 이렇다. 개가 하는 생각은 사람이 하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사람과 개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사회적 그리고 감정적 지능이 높은 개는 사람이 주는 마음에 화답한다. 정말 인류 최초의 친구인 셈이다. (268 페이지)'
마취하지 않고 개의 fMRI를 찍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통하여 알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개를 비롯한 다른 많은 종의 동물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자기 인식과 감정을 지녔다고 굳건하게 믿으며, 그 믿음에 부합하게 동물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283 페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가지 과학적인 방법과 결과를 통하여 동물을 더 이해하게 되면서 동물의 인지능력이 예상보다 높다고 놀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털 없는 원숭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