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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Mar 30. 2020

5.1.1.4. 익명의 학부생으로부터 온 이메일

내 뜻을 알아주는 학생이 있었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파로 이런 저런 협의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였다.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해있었다.  '이런 시국에도 고등학생들이 현장탐방을 다니나?' '아직 개학을 하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으로 이메일을 열었다.


보낸사람: student One <어쩌구저쩌구@달팽이나라>

날짜: 2020.03.30 15:14

받는사람: <inhyung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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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 수업을 수강 중인 학부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항상 수의사가 꿈과 인생 목표였지만,
수의대 입학 후, 수업 내용, 방식과 퀄리티,
주위에 보이는 수의사분들과 들려오는 소문들 등으로,
수의대와 수의사의 한계점을 느끼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이 제가 생각해 온 직업이 맞는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교수님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면서, 
교수님의 열정과 수업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배려하면서 좋은 수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수업을 하고 계신다고 느꼈습니다.
4년 수의대를 다니면서, 수업에서 처음으로 "수의대를 오기 잘했구나" 생각이 들어,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 이메일 보내 드립니다.

아직 학기 중이라 익명으로 이메일 보내드린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교수님의 열정과 수의사에 대한 자부심, 봉사활동의 참여, 외부 수업들 다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간 교수님처럼 좋은 수의사와 스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6학번 학부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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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부를 읽으면서 '수의학과에 괜히 들어온 것 같아요.' '저는 자퇴하려고 합니다'와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줄 예상하고 덜컥 가슴이 내려앉으려 했다.  그러나 후반부를 읽으며 '아~, 나를, 내 뜻을 알아주는 학생이 있구나...'하고 안도하게 되었다.  기특하다.  고마웠다.  이래서 선생님 하나보다.  


  지난 1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떤 것이 좋은 교육인지?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여건이 좋지 않다고 불평하면서 안된다고 하지 말고, 그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그런 과정과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미국수의사회 인증 (AVMA 인증)을 받았다.  이제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에 도달했다.  그 다음에는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부단히 개선하고 노력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내일 아침 08:30에 시작하는 수업이 비록 온라인수업이지만, 60명의 학부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해야겠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학생의 이메일이 교수를 들뜨게 한다.  잊지말고 얼른 강의자료부터 수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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