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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Nov 02. 2020

8.2.1.5.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코로나 상황에서 수의학과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No. 1

  2020년 10월 29일, 아침 9시, 학교 보건소에서 접종 후 사망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맞았다.  바로 평창으로 가려고 했으나, 30분동안 인근에서 대기하여야 한다는 간호사님의 말을 듣고 학생회관의 서점에 들렀다.  책 제목을 흩어보던 와중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가 눈에 띄였다.  


  저자는 '데이비드 콰먼 (David Quammen)'이었으며 옮긴이가 '강 병철'이었다.  결국 동명이인이었지만, 눈에 들어온 이름에 손이 가서 서문을 읽고 목차를 확인하였다.  서문에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방지 모임'을 이끌고 있는 국립생태원 김 영준 선생님의 도움으로 완성도를 높인 제2판 서문이 있었다.  2020년 1월이었다.  COVID-19의 본격적인 전파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제1판 서문에는 '아슬아슬한 모험을 함께 하며 우리가 마주한 위기, 인간과 뭇 생명들의 공존, 우리의 바람직한 존재 양식을 느끼고 돌이켜 생각해 볼 지적 체험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2017년 가을이었다.  


  옮긴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의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통찰은 '인간 자체가 메뚜기나 천막나방 애벌레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가 불어난 동물'이라는 것이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번역과정에서의 느낌을 적었다.       


  제1장부터 헨드라 바이러스 (Hendra virus), 에볼라 바이러스 (Evola virus), 말라리아, 사스 바이러스 (SARS virus), Q열 (Q fever), 라임병 (Lime disease), 앵무새병, 에이즈 (AIDS), 독감 등을 포함하는 질병의 시작과 전파, 결과, 그리고 그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세밀하면서도 영화같이 기술되어 있다.  이어지는 내용들이 너무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 와중에 가장 크게 느낀 충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나는 웹스터뿐 아니라 에볼라, 사스, 박쥐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바이러스 진화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들, 수많은 질병과학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1) 가까운 시일 내에 에이즈나 1918년의 독감처럼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신종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까요?  (2) 그렇다면 그 질병은 어떤 형태이며 언제 발생할까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 있다' 또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가 가장 많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RNA 바이러스, 특히 영장류를 보유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다음번 대유행이 실제로 찾아온다면 그 병은 인수공통감염이라는 대전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639 페이지)


  '현재 피츠버그대학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인 유명한 바이러스학자 도널드 버크 (Donald S. Burke)는 1997년 나중에 책으로 출판된 강연을 통해 어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첫 번째 기준이 가장 명확합니다.  인류 역사상 최근에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킨 적이 있어야 합니다. ...   두 번째 기준은 인간이 아닌 동물 집단에서 큰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세 번째 기준은 내재적 진화가능성, 즉 돌연변이와 재조합이 쉽게 일어나 인간 집단 내에서 신종 질병으로 나타나고,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  그리고 특별히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목하며 '이들 바이러스 중 일부는 인류 보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진화 가능성이 높고 동물 집단에서 유행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입증되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돌이켜보면 사스가 유행하기 6년 전에 벌써 그 가능성을 주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640 페이지)


  이 책의 원본은 2013년 이었으며, 한글판은 2017년 가을이 초판이며, 2020년 1월이 제2판이었다.  현재의 COVID-19가 창궐하기 전에 예측한 내용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오싹한 느낌을 준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판단할 수 있고,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23년 전의 예측이 현재에 투영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였다.  '버크가 말했듯 운명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인 대안은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여 보다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란 어떤 바이러스를 주시해야 하는지 알고, 외딴 곳에서 일어난 종간전파가 한 지역 전체로 번지기 전에 현장에서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지역적인 유행이 일어났을 때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직화된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바이러스의 특성을 신속히 파악하여 짧은 시간 내에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기술과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독감의 전 세계적인 유행이나 신종 바이러스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대응 또한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하거나 과학적으로 정교화할 수 있다.' (641 페이지)  


  23년 전에 미래를 예측하며 제시한 대안을 현재의 우리들이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휴대전화와 다양한 검진방법을 이용하여 환자관리를 진행하는 것이 창의적인 방법의 개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람의 중요성도 기술하였다.  '그 후에 벌어질 일은 과학과 정치와 사회적 관습과 여론과 대중의 의지, 그리고 기타 인간 행동의 다른 측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 시민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  우리는 오래된 질병의 재유행과 확산은 물론 새로 출현한 인수공통감염병의 유행이 보다 큰 경향의 일부이며, 그런 경향을 만든 책임은 바로 우리 인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행한 일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요인 중 일부가 불가피했다고 해도, 그 밖의 다른 것들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642-643 페이지)


  현재 COVID-19에 대한 다른 여러나라의 대응을 보면 사람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한국의 국민의식과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질병의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면서 보태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인수공통전염병의 건전한 측면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과 자연환경의 수호 성인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우리 인간이 자연계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실 "자연계"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그릇된 용어에 불과하다.  그냥 세계가 있을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에볼라 바이러스, 독감과 에이즈 바이러스, 니파와 헨드라와 사스, 침팬지와 박쥐와 팜시벳, 인도기러기,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음번 대 유행을 일으킬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함께 이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647 페이지)


  많은 현장을 누비며 확인한 내용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태어 저자의 요약 결론은 이것이었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결국 현재의 우리가 잘 해야 한다.  나부터 잘 하자.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2학기로 조정된 '농장동물교육 지원사업'의 실습을 진행하며, 마지막 실습 주에 선견지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와 옮긴이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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