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일기
드디어 공동 작업실에 입주를 했다!
작업실 주인이자 메인 작가분이 패턴 일러스트 디자이너인데, 직접 제작한 패턴으로 만든 종이 파일을 웰컴 선물로 내주었다. 식물 집사이기도 해서 작업실이 온통 푸르러 눈이 다 시원하다. 내가 이 작업실에 꽂힌 큰 이유이기도 했다. 가벽이나 커튼으로 가림막을 친 작업실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지만, 보기만 해도 답답해 마음이 가질 않았다.
이 작업실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입주 작가들이 모두(나를 포함해 10명)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그림에 몰두해도 미안하지 않을 환경이란 뜻이다. 여성 전용에 프리랜서들이라 통하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그밖에 너른 책상과 3단 트롤리, 사물함이 제공된다.
내 수업이 당분간 저녁시간에 있어 이곳에서 오전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집에도 그림을 그릴 공간이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 작업실을 찾는 이유를 대느라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10살 위인 막내 이모, 9살 위인 시누이가 세상을 등진 50대 후반… 나도 그 나이가 되어간다. 내가 그림을 시작한 이유는, 나중으로 미뤄둔 하고픈 일이 있었는데 해보지도 못할까봐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이었지만 그림이 뭔지 알듯 할 무렵 갑작스레 미술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림을 그린 지 8년차라지만 독학으로 터득해선지 여전히 그림에 목이 말라 부족함이 느껴지는 거다. 그러니 일과 가정에서 시간과 공간을 떼어내어 온전히 내게 투자하려는 거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 하지 않으면 정말 못할 것 같아서다. 점점 잃어가는 시력도 큰 이유일 터다. 눈이 시원해지고 공기 좋은 정원 같은 이곳에서 원 없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