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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리뷰 모음

[명화] 루벤스와 플란다스의 개

운명 같은 그림

by 돌레인

'명화'하면 여전히 내겐 이 장면이 떠오른다.

국민학교 시절 <들장미 소녀 캔디>와 함께 아이들 마음을 쥐어짰던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의 가엾은 소년 '네로'가 그토록 보고파했던 저 그림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네로와 '파트라슈'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죽어갔던 곳은, 벨기에 제2의 도시인 안트워프(Antwerpen 안트베르펜)에 있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다.

돈이 없어 그림을 볼 수 없었던 네로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드디어 웅장한 그 그림들과 대면한다.

<십자가를 세움(The Raising of the Cross)>, 1610-11

추운 그 겨울밤, 맨발로 대성당에 들어선 네로는 평소 커튼으로 가려져 있던(사실은 양쪽 여닫이 그림이 닫혀있던) 제단화가 드러나 있는 걸 보고 놀라면서 기뻐한다.


<십자가에서 내리심(The Descent from the Cross)>, 1612-14

바로 이 그림 앞에서 마침 네로를 찾아 대성당 안으로 들어온 파트라슈를 껴안으며, 그토록 보고팠던 두 점의 루벤스 그림을 보았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대성당 둥근 지붕 천정에 그려진 성모승천에서 밝은 빛이 내리쬐며 천사들이 내려온다.


<성모 승천(Assumption of the Virgin)>, 1626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활동했던 플랑드르의 화가인 '루벤스'의 그림은 이렇게 총 3점 등장한다. '플랑드르(Flandre)'는 영어로 플랜더스(Flanders)인데, 네덜란드의 남부에서 프랑스 북동부 일대를 통틀어 지칭했던 지역이었다.

<플란다스의 개>는 영국의 여류작가 위다(Ouida)가 1872년에 발표한 아동문학 작품으로, 위다는 필명이고 본명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Marie Louise de la Ramee)다.

이 작품을 일본 후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1975년에 첫 방송을 했다. 우리나라엔 TBC에서 1976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KBS(1981), EBS(2007)에서 줄줄이 방송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니까 플란다스(フランダース)는 영어식인 플랜더스의 일본어 발음인 거다.

위다의 작품에서 묘사된 플란다스의 개는 실제 '부비에 데 플랑드르(Bouvier des Flandres)'라는 견종이다. 한마디로 플랑드르 토종개인데, 목장견 혹은 사냥개로 키워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화화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귀여운 파트라슈가 탄생됐다. 원래라면 아이들이 싫어할 것 같다서라나...>.<


네로와 파트라슈가 살던 마을인 '호보켄(Hoboken)'엔 이 둘을 기리는 동상이 서 있다. 일본 만화에선 네로와 파트라슈가 다소 통통한데, 이 동상이 오히려 원작에 더 가까울 듯싶다.


1997년에 극장판으로 나온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는 전혀 달라 좀 놀랐고, 사족이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특히 네로가 아로아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왜 그리 으스스하게 들리는지...
"아로아~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엔딩곡인 "When I Cry"가 참 사랑스럽다.
나도 네로처럼 운명 같은 그림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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