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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Oct 25. 2019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뚜렷한 자의식

'알브레히트 뒤러'라는 화가를 알게 된 건,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된 재일 강상중의 「トーキョー・ストレンジャー」를 번역하면서였다.  (번역이 다 끝난 무렵 모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으나, 송태욱 번역의 <도쿄 산책자>란 제목으로 사계절에서 이듬해 출간되었다.  논문 제출용이기도 해서 씁쓸한 맛은 덜했지만, 번역계의 생리를 잘 몰랐던 탓도 있었다.  심지어 그 번역가는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번역한 전문가였으니 말이다.)​


20대 무렵의 강상중은 '재일(在日)'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독일로 도피유학을 떠나고, 그리스인 친구와 뮌헨을 방문하면서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 고전 회화관)'에서 뒤러의 <모피 외투를 입은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뒤러가 이 그림을 그린 나이(28세)와 같았던 당시의 강상중은 뒤러의 당당함에 압도당해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すべてを引き受けて、しっかり立ちなさい
(모두 떠안고 확고히 서시오)

​15~16세기에 활동했던 북유럽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알브레히트 뒤러는 실제로도 자의식이 뚜렷한 화가였다.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화가는 단순한 직인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뒤러는 베네치아, 로마,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이탈리아의 선진 미술(원근법) 뿐만 아니라 화가의 자의식과 직업적 자부심까지 들여왔다.  <모피 외투를 입은 자화상>은 이처럼 달라진 화가의 위상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던 거다.
 
강상중은 뒤러에 대한 이러한 배경지식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두 사람은 통했다.  진정성을 보여주는 그림 앞에서 마음을 열 때 그 진정성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림뿐일까... 결국 사람과 사람은 통하는 것이거늘...


번역가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던 3년을 뒤로하고, 군입대를 앞둔 아들과 나는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북부 에센에서 남부 퓌센까지 보름간의 기차 여행 중, 뮌헨의 알테피나코테크에서 이 그림을 마주한 순간의 감동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나, 뉘른베르크의 알브레히트 뒤러는 28세에 지울 수 없는 색으로 나를 그렸다'


모두 떠안고 확고히 서시오... 강상중을 통한 그의 메시지는 내게도 유효했다.  귀국 후 '언젠가'로 미뤘던 나의 마지막 꿈인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내게 운명 같은 그림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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