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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Oct 28. 2019

[책] 빅토리아 시대의 여인들

아름다운 명화 속 비밀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은 여자 이미지를 그리면서 예술에 대한 생각을 그것에 교차시키곤 했습니다. 가정이라는 영역에 갇힌 여자들처럼 예술은 세상 안에 갇혀 자유를 꿈꿉니다. 여자가 어머니의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개인으로 돌아가는 것과, 예술이 사회 현실에서 벗어나 본래 내재한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비유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19세기 무렵(1837~1901)을 일컫는데, 영국사에서 산업 혁명의 경제 발전이 성숙기에 도달한 대영 제국의 절정기로 간주한다.  동시에 정조와 금욕을 중시하여 쉽게 사라지지 않을 많은 고정관념을 만들어낸 시대로 유명하지만, 그에 따른 또 다른 얼굴은 '매춘과 성병'이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1850, 런던 테이트 갤러리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인이라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시달(리지)'과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인 '제인 버던'일 것이다.  

<오필리아>의 모델로 더욱 유명해진 리지는 당대 최고의 미녀였다.  그런 리지와 로세티는 결혼했으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바로 신비로운 여인 제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윌리엄 모리스, <귀네비어>, 1858, 런던 테이트 갤러리

윌리엄 모리스는 곧 자신과 결혼할 제인을 모델로 <귀네비어>를 그려 그녀에게 청혼했다.  

아서왕의 아내인 귀네비어는 랜슬롯 경과 사랑에 빠지고도 당당했던 여인이고, <햄릿>의 '오필리아'는 가정에 정착할 수 없게 된 사실을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택한 비련의 여인이다.  모델의 삶도 작품을 따라가는 걸까...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톨로메의 라 피아>, 1868, 캔사스 대학 스펜서 미술관

리지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고 난 뒤, 로세티는 제인을 모델로 <톨로메의 라 피아>를 그리다가 '라 피아'의 이야기로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축복 받은 베아트리체>, 1870, 런던 테이트 갤러리

그 후 아내의 죽음을 추모해 <축복 받은 베아트리체>를 그렸는데, 자신의 이름 앞에 '단테'를 붙일 정도로 스스로를 단테와 동일시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창가의 여인>, 1879, 하버드 대학교 포그 미술관

그러다 단테가 쓴 <새로운 삶>을 통해 지상에서 위로가 되는 또 다른 사랑도 있음을 발견하여 제인을 모델로 <창가의 여인>을 그렸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릴리드 부인>, 1868, 델라웨어 미술관

유혹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과 피해망상이 문학과 예술로 구현된 예가 '팜 파탈'이다.  로세티가 그린 '릴리드'는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 매력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남성을 성적으로 종속시킬 뿐 아니라 치명적인 불행을 야기하는 '팜 파탈'의 전형이다.  

네 사람의 막장 같은 드라마틱한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지만, 여성으로서나 예술가로서 뭔가 답답함이 느껴진 시대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듯한 건 또 왜일까 싶다...>.<

중복되는 내용도 많으나, 서로 보완되는 내용도 풍부해 소장 가치가 있는 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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