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혼자 즐기면 안 되나요?
내 즐거움의 하나도 '전시회 관람'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들에 오롯이 침잠하는 걸 무척 즐기는 사람이다. 도슨트의 설명도 재미있지만, 관련된 책을 통해 호기심을 해결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나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가고 혼자 즐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립현대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였으나 이젠 그만두었다. 왠지 모를 열등감에 주눅이 들고 만 거다. 아니, '현대미술'을 교육한다는 사람들의 고정된 생각에 실망한 게 큰 이유였다. 혼자 온 내게 면박을 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이 좋은 걸 혼자 즐기시냐, 주변에 친구가 그렇게 없냐, (50대에 애도 다 컸으니) 시간도 많으신 것 같은데 주변에 홍보 좀 해달라...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안면이 생기고 원래 내 전공이 수학인 걸 안 후엔 수학과 미술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헛소리를 해대서 그 후로 발길을 끊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대림미술관의 에듀케이터다. 전시회 관람에 대한 좋은 얘기들이 쓰여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꺼려진 건 내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장 안 화이트 큐브의 벽 한 면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경쟁하고 그들을 섭외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애쓰는 줄 아시냐... 라며 자뻑하던 미술관 관계자에게 '그게 니 일이잖아~' 하며 속으로 냉소를 날린 적도 있었다.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날리는 것이 '현대미술'이라면 그걸 앞장 서서 알리려는 사람들이 그 고정관념을 먼저 깨야하는 게 아닐까... (놀랍게도 이 말들을 모두 여성한테서 들었다는 사실이 더 답답하다...)
p.s. 대신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유튜브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