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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Oct 29. 2019

[책]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

홍차 이야기 1

기계 냄새가 진동하던 산업혁명의 시대, 시커먼 석탄 덩이를 캐기 위해 매일 땅굴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던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음식이 절실했다. 비록 가계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홍차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가장 저렴하게 섭취할 수 있는 고단한 삶의 위안제였다.


1660년 왕위에 오른 찰스 2세와 혼인한 포르투갈 공주인 '캐서린 베르간자'가 지참금과 함께 가지고 온 차와 설탕이 영국 차문화의 시작이라는 게 정설이다.

산업혁명 시대, 당시 엉망인 하수도 시설로 인해 오염된 물 대신에 술을 마셔야 했던 영국인들을 술중독으로부터 구한 건 바로 '차'였다.  설탕과 우유가 든 따뜻한 홍차는 도시 노동자들의 칼로리 보충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얼 그레이(Earl Grey, 그레이 백작)'는 1830년에 수상의 자리에 오른 '찰스 그레이'가 즐겨 마셨다고 하는, 베르가못(bergamot) 향을 첨가한 대표적인 홍차다.



수상에 오르기 전, 사교계의 여왕이던 유부녀와 스캔들을 일으켰는데, 그녀가 바로 데번셔 공작부인인 '조지아나 스펜서'다.


토머스 게인즈버러, <데번셔 공작부인>, 1787

이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예전에 극장에서 봤음에도 별 기억이 없다...)

영국의 차 재배지였던 '실론'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실론티'는 홍차의 고유명사로써 이젠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오후 세 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고 끝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사르트르는 말했다.  간식과 함께 즐기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인 '오후의 홍차'... 제인 오스틴도 좋아했다는 트와이닝(Twinings) 홍차를, 비록 웨지우드(Wedgwood)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단출한 티포원 세트로 즐기는 것도 나만의 작은 사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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