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이야기 2
1800년대 초 영국 귀족들은 관습적으로 아침을 많이 먹고, 점심은 간단히, 그리고 8시 이후에 엄청난 양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니 애나가 오후 5시경에 그녀의 표현대로 항상 '축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애나는 사람들과 함께 차와 케이크를 먹었다.
일본 기린의 '오후의 홍차(午後の紅茶)'에 그려진 여성이 바로 홍차 문화인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유행시킨 베드퍼드 공작부인인 '애나 마리아'다.
매년 처음 영국 시장에 들어온 차는 가장 비싸게 팔렸다. 당시 영국인들은 그해 가장 빨리 도착한, 그래서 가장 유명해진 배가 싣고 온 차를 접대용으로 쓰이길 원했다.
경쟁은 선박회사의 사무실에서, 그리고 중국 상인들의 상관에서 시작되었다. 돈을 버느냐 마느냐는 어느 배가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차 운반선인 '클리퍼선(clipper ship, 쾌속 범선)'의 가장 유명한 운항 경쟁이 1866년에 있었다.
40여 척의 범선이 벌인 중국 푸젠 성의 푸저우 항에서 영국의 런던 템스 강까지 장장 99일간의 레이스 끝에 우승한 배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애리얼 호나 세리카 호가 아닌 '태핑 호'였다. 두 배는 조수 때문에 정박이 어려웠던 거다.
인도에서 아삼 차가 재배됨에 따라 중국차 무역은 사양길로 접어들어 1871년을 마지막으로 클리퍼선 경주도 막을 내린다. 마지막 우승 클리퍼 선인 '커티 사크(Cutty Sark) 호'는 현재 템스 강에 전시돼 있다.
중국 차보다 저렴하면서도 양이 많고 품질까지 우수한 인도 아삼 차 덕분에 홍차는 비로소 영국의 전 계층이 즐길 수 있는 국민차가 될 수 있었다.
차는 인생의 에너지나 마찬가지다. '섬세한' 백차에서 시작하여 '떫은' 녹차로 발전해가며, 점점 '향기로운' 우롱차처럼 원만해지고, '강한' 홍차처럼 원숙해지다가 마지막으로 '흙냄새'나는 보이차로 숙성된다.
이 책은 차에 대해 문외한인 미국인을 위해 전직 와인 소믈리에가 쓴 차 안내서이자 차에 대한 고전이다. 한국에 홍차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번역자 또한 전직 커피 소믈리에다.
이미지 출처 : Tea Tome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