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마지막은 어쩔 수없이 단호하고 차가워야 하겠지. 하지만 그 물건들의 시작, 찬란했던 모습들, 나와의 인연, 내 곁에 있었던 시간과 그 덕분에 만들어진 즐겁거나 힘들었던 이야기의 파편들은 어딘가에 남아 내 인생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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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물건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가장 애정 하는 물건은? …
물건은 쓰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 몇 년 전, 잇단 장례를 치른 후 주인 잃은 물건들을 둘러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었다. 내가 없으면 쓸모없을 물건들, 애정을 가지면 그 후에도 빛날 물건들이기에 매년 나의 새해 계획엔 ‘물건 정리’가 들어있을 정도로 강박이 심해졌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또 늘어나는 물건들을 보며 자책했으나 이젠 은희경 작가처럼 시간을 들여 분류하고 정리하며 물건에 얽힌 추억을 기록해 봐야겠단 여유로운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