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일기
‘좋은 소식, 잘 전해 주세요, 사랑의 메시지’란 꽃말을 가진 붓꽃(Iris)다. ‘아이리스’와 붓이 왠지 미스 매칭인 것 같은데, 꽃을 보니 붓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칼 모양의 잎 때문에 서양에서는 기사를 상징한다고 하니 ‘아이리스’란 이름도 꽤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보라와 노랑이 보색이라 서로 섞이면 탁한 무채색이 되어 칠하면서 무척 신경을 썼다.
어제 드디어 샤리 강좌의 마지막 과제를 그렸다. 하지만 곧 좌절해 중도에서 붓을 놓아버렸다. 다른 때 같으면 X 자를 커다랗게 그리고 아예 찢어버렸을 텐데 그냥 두기로 했다. 그것도 좋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색과 물이 풍부해 반짝이는 쌤의 그림과 빛바랜 색으로 푸석해진 내 그림을 번갈아 보며 뭐가 잘못 됐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다르게 수정할 수 있을지라는 온갖 대안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한동안 두고 본 후 다른 기법을 익혀 재도전하거나 수정해 보기로 했다.
꽃 컬러링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채색을 다시 익히며 어떤 그림에 응용할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으나 천천히 시도 하기로 했다. 서둘러 목표에 도달하기보다 과정을 즐기고픈 마음에서다. 그간 여러 일들을 성취한 후 밀려드는 허무함이 나는 더 슬펐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다는 게 위안이 될 수도 있구나 싶지만, 팔의 통증과 침침해져 가는 눈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