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 4차시
보름간의 고민 끝에 이번을 끝으로 다시 혼자 그림을 그려보자는 마음을 안고 화실을 향해 갔다.
책상엔 전에 그리다만 내 그림이 놓여있고 다른 수강생 한 분이 맞은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집에서 과슈로 바탕을 칠하는 연습을 한 덕에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안심이 되었다. 종이 팔레트에 아크릴 물감을 짜고선 색을 다양하게 섞어 캔버스에 바탕을 칠한 후 꽃을 그려나갔다. 간간이 쌤이 색이나 붓 터치를 시연해 주는 걸 눈여겨보며 습득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란 마음에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완성된 그림을 앞두고 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내 그림’의 정의는 단순히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림의 본질은 그게 아님을 ‘화가’ 박신양의 <제4의 벽>을 읽고선 다시 생각하게 된 거다.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다. 그러니 나는 무얼 표현하고 싶은가, 나는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나는 무얼 좋아하는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고 쌤한테 고백한 거다. 실은 취미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작가까지도 감히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며 주춤 중이라고…
결국 다시 등록을 한 후 그간 그렸던 그림들을 챙기고 나왔다. 하지만 발걸음은 지난번 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그간 그렸던 그림들을 나란히 펼쳐 놓아보았다. 확실히 초반보다 전체적으로 색감이나 퀄리티에 큰 변화가 보였다. 아마 전문가의 조언이 없었으면 나는 원색 위주의 촌스러운 색으로 단순히 칠해진 그림에 만족하고 있었을 터다. 사진과 똑같이 내 식대로 그린 그림에 자만심 뿜뿜하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스타일로 그린 그림을 찾아 모작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왜 남의 그림을 따라 그려야 하는지를 잘 알게 된 거다. 바로 ‘화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니까 말이다. 적어도 내 그림의 성장을 향해 이제 조금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내 고민이 그림이어서 얼마나 행복한가…